北 주민들 개혁개방 많이 원하나?

2005년 5월 16일자 <노동신문>은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으로 10월의 대축전(10. 10.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빛내이기 위한 총진군을 다그치자”라는 사설을 냈다. ‘자력갱생’은 북한 정권이 수도 없이 외쳐온 구호다.

북한이 주민들에게 요구하는 자력갱생이란 “없는 것은 찾아내고 모자라는 것은 만들어내는 정신”을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자력갱생이 이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케케묵은 자력갱생 구호를 또 내놓고 주민들을 동원하려 하고 있다.

요약

-우리 인민은 부강조국건설투쟁의 첫걸음부터 자력갱생을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언제나 자기의 힘에 의거하여 혁명과 건설을 전진시켜왔다.

–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며 승리와 번영의 길이라는 역사의 진리는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절대적이다.

– 자기 위업의 정당성과 승리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인민에게는 환경이 달라지고 세대가 바뀐다고 하여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이 흐려지거나 약화되는 일이 추호도 있을 수 없다.

해설

지금 중국, 베트남은 개혁개방에서 더 나아가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소꿉장난 하듯 마당에서 뱅뱅 돌며 자력갱생을 운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일꾼과 노동자들은 당의 정책에 불평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왜 불평하지 않을 수 없는지 한 가지 예만 들어 보자.

2003년 김정일은 외화벌이 관련기관에서 식용 달팽이를 사육하여 달러를 벌어들이도록 지시했다. 당시 국제시장에서는 식용 달팽이 값이 엄청나게 치솟고 있었다.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 뒤 유럽의 식용 달팽이에서 동위원소가 검출되여 수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에서는 식용 달팽이를 사육해본 경험이 없었다. 관련기관들은 중국 ‘동풍 양어장’의 달팽이 사육경험을 받아들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외국기술’이라고 중앙당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담당자들은 할 수 없이 ‘자력갱생 혁명정신’을 발휘(?), 식용 달팽이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연구에 돌입했다.

그러나 생산이 궤도에 올랐을 때는 이미 수출 시기를 놓쳐버렸다. 자체로 기술을 연구하는 기간에 이미 다른 나라에서 대량생산하여 국제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산 식용 달팽이는 국제가격 하락으로 원가도 건질 수 없게 되었다. 만약 ‘자력갱생’ 하지 않고 다른 나라와 자유롭게 기술을 교류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더라면 이런 실패는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북한의 자력갱생은 이제 불가능하다. 북한의 경제는 다른 나라의 설비와 자재, 기술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회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50여 년의 자력갱생 경제건설의 실패가 뚜렷이 확증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력갱생 하라는 것은 사막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내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북한 당국이 또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발휘하라고 떠들어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개혁개방에 대한 환상을 갖지 못하도록 주민들을 세뇌시키는 것이다. 현재 김정일 정권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말’밖에 없다. 같은 소리라도 수백 번 되풀이하여 아예 주민들이 딴 생각을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노동신문>이 이 사설을 낸 것을 보면 요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개혁개방에 대한 말이 많다는 사실을 거꾸로 짐작할 수 있다. <노동신문> 사설은 늘 거꾸로 분석해야 ‘진실’에 가까워진다.

이주일 논설위원(평남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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