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南TV 프로에 무방비로 노출돼”

북한 TV방송을 통해 돌연 남측에서 제작해 송출한 프로그램이 북한 전역에 방영돼 주민들이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당국 몰래 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과 탈북자 단체가 잇따라 전해왔다.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방송은 30일 “지난 일주일 동안 평양시를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 FM-TV라는 로고를 단 정체불명의 TV가 정규방송 형태로 시청되고 있다”고 북한 내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은 “FM-TV는 주로 한국의 드라마와 스포츠를 중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뉴스와 교양(시사)프로그램은 배제됐다”면서 “약간의 음악과 북한의 자유화를 촉구하는 조금은 생소한 구호가 자막으로 처리돼 방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북한 내부소식통도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8월경에 북한 정규방송 시간대에 한국 방송이 나오는 기이한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북한 당국이 당황해 하면서도 정전 등의 방법으로 시청을 제한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에서 한국TV를 시청한다는 소식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휴전선 인근이나 서해안 북측 지역에서 고성능 안테나로 남한 공중파를 수신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방송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TV전파 송출방식이 국내 방송규격인 NTSC(National Television System Committee)와 다른 PAL(Phase Alternating Line) 방식이기 때문에 북한 TV로 한국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본에서 수입한 TV는 수동 조작으로 전파수신 방식 변경이 가능하고 일부는 중국에서 두 가지 전파 수신이 모두 가능한 겸용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고성능 안테나를 이용해 한국 KBS1 등 공중파를 시청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최근 탈북자들이 증언하고 있는 정규방송 시간에 게릴라 방식으로 남측 TV프로그램을 시청하게 하는 ‘FM-TV’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다.


남한에서 이미 방송된 내용을 스포츠와 드라마 중심으로 편집하고 북한의 자유화를 촉구하는 구호까지 자막으로 처리하는 것은 일반 공중파 프로그램이 아니다. 대북 소식통들이 전한 FM-TV는 북한 민주화 등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북 내부에 전파를 침투시켜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게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같은 정보의 신빙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부 관계자는 “관계 기관에서 여러 목적을 가지고 편집된 TV방송 전파를 북한 내부에서 수신이 가능하도록 송출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전파연구소 관계자는 “남과 북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TV 전파 대역(남은 6M, 북은 8M)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PAL(8M)방식으로 전파를 송출할 경우 이론적으로 북한 내에서도 수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 동안 대북방송은 라디오 매체에 한정돼 있었다. 게다가 KBS 한민족방송을 제외하고는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어 경영 실태나 프로그램 내용이 아직 초보적 수준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대해 자유북한방송은 “이제 라디오와 (종이)전단에 이어 북한의 정보 통제 시스템을 뛰어넘는 선전(宣傳)의 대중성과 극대화가 보장된 대북 TV방송 시대가 열린 셈이다”고 평가했다.


NK지식인연대 강재혁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수신된 방송을 보게 되면 남한의 경제, 정치, 사회, 인권 전반에 걸쳐서 알게 될 것이다”면서 “결국 김정일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잘 사는 남한에 비해 남루한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한 원인분석이 들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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