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종전선언 구상 드러내…`입구론’ 입장

2007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된 ‘종전선언’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각각 이른바 `입구론’과 `출구론’으로 시각차를 보이는 가운데,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일 입구론과 유사한 입장을 내놓아 주목된다.

재일 조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보도가 늘 북한 당국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한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이 기사를 작성한 김지영 기자는 북한 대표단에 동행해 각종 남북회담과 북핵 6자회담 때 북측의 입장을 비교적 정확하게 전달해왔다는 점에서 종전선언 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남북정상선언가운데 종전선언 대목에 대해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직후 방북한 연합뉴스 및 교도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참여국 범위에 관해 언급한 것 외에는 그동안 북측에서 후속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조선신보의 이날 보도내용은 더욱 주목된다.

이 신문의 종전선언에 관한 주장의 요체는, 북핵 9.19공동성명의 이행이 완료되기전 도중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만나 종전선언을 하면 그 파급효과에 의해 비핵화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의 정세발전이 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 김정일 위원장도 이를 염두에 두고 9.19공동성명 이행 2단계인 불능화조치 이후를 이미 내다보면서, 지난해 11월 하노이 한미정상회담 때 부시 대통령이 제안했던 ‘종전선언 서명 용의’에 대해 남북정상선언을 통해 “공식 회답”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한국 정부, 그중에서도 청와대 입장과 가깝다.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입구’에서 종전선언을 함으로써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을 가속화하는 동력으로 삼자는 입장이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31일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종전선언 누가ㆍ언제ㆍ어떻게…’라는 글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은 신뢰구축이 더 필요한 당사자간에는 본격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앞서 선행적 신뢰구축 도구로 상당히 유용하다”고 밝힌 것도 청와대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의 핵심 구성요소로 보면서 종전조항을 포함한 평화협정 체결 은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는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출구론’에 서있다.

조선신보는 “9.19공동성명이 본격적인 이행단계에 들어설 때 기술적으로는 전쟁상태에 있는 조(북).미 두 나라의 종전문제가 초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필연적 수순”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미국에 종전선언을 역제안한 것도 9.19공동성명 이행의 제2단계 이후를 내다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고 “낡은 구도가 허물어질 때 조선이 뒷걸음치고 속도를 늦춰야 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 불능화의 연내 완료라는 “시한도 정확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불능화의 연내 완료라는 약속의 이행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불능화 이후 폐기 단계에서 핵폐기와 북미관계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북일관계 정상화 등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쳐 “정세발전의 속도가 종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되도록 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하자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정상회담 과정에서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이러한 기조의 대화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신보는 종전선언 참여국 범위 논란에 대해서도 북한의 입장을 비교적 분명히 드러냈다.

조선신보는 “3자든 4자든 조선과 미국은 종전선언의 주체에 포함된다”고 단언했다.

또 “북.남조선의 평화통일지향이 대국들에 의한 외교적 견인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남북한 주도론을 강조함으로써 남한도 종전선언 참여국으로 명시한 셈이다.

이 신문은 그러나 중국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조선의 영도자는 3자 혹은 4자 수뇌회담을 평양발로 제안함으로써 유관국들을 앞질러 새판짜기의 전제를 마련하는 묘책을 썼다”말해 판단유보적 입장을 견지했다.

조선신보의 이날 보도는 특히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명목으로 사실상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북미관계를 급진전시킴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북한의 안보를 보장할 체제의 구축을 앞당기겠다는 북한의 의중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으로선 2000년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이 미 국내외의 정치일정 때문에 무산되는 바람에 북미관계의 획기적인 전환 기회를 놓쳤던 만큼, 이번에는 김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의 담판을 이끌어냄으로써 북미간 대결구도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조선신보는 “차관급의 협상과 수뇌들에 의한 직접대화는 정책적 결단의 폭과 심도에서 다르다”며 “수뇌외교의 단계에서는 정세발전의 속도가 종전보다 훨씬 더 빠르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간절한 초청장인 셈이다.

조선신보는 미국이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 “6자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행동할 것”이며, 핵시설 불능화의 시한도 “정확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종전선언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은 남북한의 의지보다 부시 미 행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라며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의 대좌를 종전선언을 통해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이고 빠른 속도로 비핵화 과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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