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직지도부 검열, ‘통전부’ 겨냥 왜?

최근 북한에서는 간부 교체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박봉주 총리의 경질부터 당 군 내각의 주요 부서의 인물들이 적지 않게 바뀌었다.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 의심되는 사람들은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바뀌고 있다. 간부 교체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런데, 최근 당 통일전선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 들려오고 있다. 특히 통전부에 대한 검열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당 조직지도부가 직접 검열에 나섰다고 하기 때문이다. 통전부 최승철 부부장이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는 소문도 나온다.

중앙당 조직지도부장, 조직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겸직하고 있다. 과거 남한의 안기부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했지만, 북한의 조직지도부는 북한에서 모든 권력을 틀어쥔 핵심 부서이다. 때문에 조직지도부가 검열에 나섰다면 모든 것을 벌거벗어야 한다.

특수하고 전능한 검열

중앙당 조직지도부 검열은 북한에서 최고의 권능을 가진다. 조직지도부 검열은 북한정권의 특성상 다른 검열을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을 조사하기 위한 특수한 검열이다.

쉽게 생각해서 남한의 ‘특검’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오로지 김정일의 단독 결심으로 이루어지는 검열이기 때문에 김정일의 권한을 직접 대행하는 검열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이 검열에 걸리면 한마디로 살아남기 어렵다.

북한사회에서 파워가 있는 검열로 군 보위사령부 검열과 국가보위부 검열이 있다. 그러나 이 둘의 검열에는 한계가 있다. 보위사령부 검열의 경우 군 내부를 비롯해서 지방 당기관이나 개별 간부들도 검열할 수는 있으나, 중앙당 내부와 국가보위부를 수사할 수 없다. 또 보위부 검열의 경우 중앙당이나 군 내부, 보위사령부를 검열할 수 없다.

그러나 조직지도부 검열은 중앙당 내부와 보위사령부, 보위부를 비롯해서 북한의 모든 특수기관을 검열할 수 있는 전능의 검열이다.

이번에 북한의 대남담당 부서인 통일전선부가 조직지도부 검열을 받게 된 것도 통일전선부의 특수성에 기인된다고 볼 수 있다. 통일전선부는 중앙당 부서이고 대남사업에 관한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어 다른 검열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검열에서 비리가 드러난 통전부 간부들은 엄중경고를 받든가, 아니면 정치범수용소에 영원히 매장할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으로 북한에서 조직지도부 검열이 발동된 사례는 두 번 있었다. 그중 하나는 1984년 2월 국가안전보위부에 대한 검열이었다. 이 검열로 인하여 초대 국가안전보위부 부장이었던 김병하가 자살하고 거물급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들이 대거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

이외에 북한이 비공개적으로 발동한 조직지도부 검열로는 1997년 김일성 측근들을 은밀히 제거한 ‘심화조’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은 김정일이 승인하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었던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이 지휘한 검열이었다.

김정일은 나중에 심화조 사건의 내막을 덮어버리기 위해 사건 책임을 사회안전성(경찰) 정치국장 채문덕에게 떠넘기고, 채문덕과 중앙당 조직부 사회안전성 담당 책임지도원 리철을 처형까지 했다. 영원히 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만약 이번 통일전선부의 검열이 실제로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맞다면, 이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김정일이 군중심 통치에서 당중심으로 통치의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당적 질서를 완전히 새로 세우려는 신호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로서는 선군정치로 ‘핵보유국’이 되었기 때문에 ‘군 강성대국’은 이미 쟁취했고, 이제는 무너진 당적 질서를 새로 전면적으로 재건하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정일은 당과 군을 통치의 두 축으로 이용해왔다.

선군정치 시기는 주로 보위사령부 검열

북한에는 다양한 형태와 권한을 가진 수많은 검열조직들이 활동하고 있다.

일반적인 검열로는 보안서(경찰), 검찰, 인민위원회, 농촌경영위원회에 소속된 각종 검열조직들이다. 이들은 일반 주민들의 동향과 공장, 기업소들의 경영활동을 감시 통제한다.

중앙 단위의 검열로는 특정 기업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하여 진행되는 중앙검찰소, 국가보위부, 인민보안성 검열이 있다. 90년대 식량난을 겪으면서 북한은 노동당과 검찰, 보안성, 국가보위부, 중앙재판소가 합동으로 진행하는 ‘비사(비사회주의) 5부 그루빠(그룹) 검열’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당을 비롯한 5개 기관이 총동원된 것이다.

‘비사 5부그루빠 검열’은 북한의 각 도 단위를 대상으로 일반주민들로부터 국가간부들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검열을 진행했다. 이들은 처벌권도 가지고 있어 공개처형과 각종 형 집행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이 시기 수많은 주민들이 먹고살기 위해 강냉이 1kg를 훔쳤다는 이유로 공개처형까지 당했다.

최근 비사 그루빠의 대표적인 검열로는 지난해 8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진행된 양강도 검열이다. 수백명이 동원된 이 비사그루빠 검열에서 수천 명이 조사받고 152여 명이 검거됐으며, 이중 50여 명이 교화형을 받았고, 100여 명이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비사 그루빠 검열에서 검거된 사람들 중 군 간부나 당 간부들도 일부 있었다. 비사 그루빠는 직접 군부나 도당에 대한 검열을 진행할 수 없으나, 주민들로부터 비리혐의를 신고받은 간부들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 있고, 실제 범죄행위가 확증될 경우 처벌할 수 있다.

북한 군부에서 가장 무서운 검열은 ‘보위사령부 검열’이다. 보위사령부는 원래 인민군을 감시, 통제하는 기구이다. 그러나 이른바 선군정치가 시작된 1996년 무렵 그 기능을 대폭 강화해 사회 전반에까지도 검열, 통제, 처벌의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사회 전반을 통제할수 있는 강력하고 종합적인 검열기구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보위사령부는 노동당중앙위원회(중앙당)를 제외한 모든 기관들을 검열할 수 있다. 보위사령부 검열이라고 하면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친다”고 할 만큼 검열 강도가 세다.

1997년 8월 남포시에서 11명을 공개처형하고 수 십 명을 비공개로 처형하거나 수용소로 보낸 사건, 1998년 5월 양강도에서 22명을 공개처형하고 20여 명을 비공개로 처형한 사건, 1998년 송림시 폭동사건 때 탱크로 노동자들을 깔아뭉갠 사건들은 모두 보위사령부가 저지른 대표적인 악행들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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