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선반도 비핵화’ 꼼수…美, 행동 강조할 듯

북한이 16일 국방위 성명을 통해 북미 고위 당국자 회담을 제안했다. 이번 대화 제의는 우리 정부와 남북 당국회담을 열기로 했다가 무산된 지 5일 만에 나왔다. 최근 들어 한반도 안정을 위한 한미중의 교차 정상회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도 최룡해 특사 방중을 시작으로 한미로 이어지는 대화시도로 맞불을 놓고 있다.     


북한 국방위 대변인은 이날 중대담화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미국 본토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데 진실로 관심이 있다면 전제조건을 내세운 대화와 접촉에 대해 말하지 말아야 한다”며 조건 없는 대화 수용을 요구했다. 미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북핵 동결 등 9.19공동성명 이행과 신뢰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의 갑작스런 회담 제기 배경에 대해 통미봉남 시도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한국에  대화 제의 연장선에서 한반도 평화 노력을 보이면서 중국의 태도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북한의 북-미 회담 제안은 미국 정부가 대응할 문제이고, 정부는 일단 미국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중 공조가 튼튼한 상황이어서 한국의 고립을 염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북한은 남측에 제의한 것처럼 “회담 장소와 시일은 미국이 편리한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면서 주요 의제로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 ▲미국이 내놓은 ‘핵없는 세계 건설’ 등을 제시했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제의하면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북한의 태도를 비핵화 의지라며 환영하지만, 이는 우리가 강조하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 정신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북한이 이번 성명에서 밝혔듯이 북한에 위협이 되는 모든 요소를 척결하는 조건이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 한미 군사동맹 폐기, 미북 평화협정 체결 및 미국의 대북군사력 사용 금지 법제화 등을 비핵화 대가로 요구한다.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는 사실상 한미동맹 해체를 통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한미가 수용하기 어렵다.


이달 11일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남북대화가 무산되자 “미북 간 대화나 협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2005년 9.19 비핵화 공동성명을 포함한 국제 의무를 준수하는 실질적인 조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의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는 미국이 이번 회담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라면서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화를 통한 핵 문제 해결 노력의 필요성과 중국의 적극적인 대화 요구가 뒤따를 경우 수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회담을 수용한다면 일단 실무회담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져야 본회담(고위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북한이 우라늄농축 중단을 포함한 9.19공동성명 사전 이행이라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회담의 진전은 쉽지 않다. 


북한의 고위급 회담 제의가 국방위의 대변인 담화 형식으로 나오고, ‘위임에 따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김정은의 대화 의지가 담긴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측과의 대화를 파행으로 몰아간 점을 볼 때 미국과의 대화 제의에도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실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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