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선그리스도연맹과 협력은 종교탄압 돕는 것”

100년 전 평양 장대현 교회의 영적 대각성 운동을 통해 기독교 부흥의 시발점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올해 남한 기독교계는 ‘어게인 1907’를 부르짖으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와 발맞춰 남한 기독교 지도자들의 평향행도 부쩍 잦아졌다.

8일에는 그동안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과 꾸준히 협력해온 남한 조국평화통일협의회(회장 진요한 목사)가 오는 9월 1일부터 3일까지 새로 건축된 평양 봉수교회에서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교회연합 평양대성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진 목사는 “사흘 동안 계속되는 성회에서는 봉수교회 성가대와 남측 교회의 성가대가 찬양하고 성찬 예식을 드리며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북측 강영섭 조그련 위원장이 설교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한 개신교계는 그동안 북측에 40억 원을 지원하며 봉수교회를 재건축하고 있다. 2005년 11월부터 예장통합이 북측에 지원해 재건축을 추진해온 봉수교회는 지상3층(연면적 600평)에 1200명이 한꺼번에 예배를 볼 수 있는 규모다. 8월에는 준공을 기념해 남북이 함께 기념예배도 준비하고 있다.

남측 종교인들은 북측을 방문하면서 하나같이 ‘어게인 1907’을 외치고 있다. 종교단체에서는 북한 선교 명목으로 북한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 종교 협력 분위기가 북한 정권의 선전에 이용되고 있다며 종교자유를 촉구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북의 종교 교류가 대단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올 정도. 더욱 심각한 것은 남한 종교계 내에서 봉수교회 진위 여부에 대한 해석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종교단체나 지도자들의 경우 ‘세상에 거짓 교회는 하나도 없다’며 ‘그 진실은 하나님께서만 아신다’고 역설한다. 봉수교회의 진위여부를 떠나 남한 종교단체가 대남선전기구에 불과한 조그련 등의 단체에 선교명목으로 물적 지원을 하는 것이 오히려 종교탄압에 이용된다는 주장도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K씨는 “남한의 종교단체들이 북한과 교류 성과에만 집착한 채 협력하는 것은 북한 종교탄압을 오히려 도와주는 것으로, 종교인의 양심과 도덕에도 어긋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탈북자 출신으로 서울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강철호 전도사(평화통일교회) 씨는 “북한 봉수교회를 남한 교회와 같은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며 “봉수교회에 나오는 300여명의 신자는 모두 특수한 교육을 받은 요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봉수교회 신자들은 김일성 종합대학을 나와야 하고, 노동당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나 당 기관에 봉사하는 가족이 있어야 한다 신자로 뽑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산권 국가를 상대로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선교단체 ‘오픈도어즈’가 북한을 세계에서 기독교 탄압이 가장 심한 국가로 5년 연속 지목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오픈도어즈는 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북한 당국에 체포된 기독교인들이 2005년보다 더 많고, 또 5만∼7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생하고 있으며, 그 중 많은 사람들이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입국에 3년 동안 교회에 다니고 있는 탈북자 김명길 씨는 “북한에 수십억 원을 들여 크고 화려한 교회를 건축하는 것보다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숨어서 기도하다 수용소에 끌려간 수 많은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