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문단 파견 결정…빈소에 김정일 조화 놓일까?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맞아 조문단을 보낼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북한이 19일 새벽 서둘러 김정일 명의의 조전을 보낸 만큼 조문단 파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정일은 조전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리희호녀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애석하게 서거하였지만 그가 민족의 화해와 통일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길에 남긴 공적은 민족과 함께 길이 전해지게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대남관계의 기준점으로 삼는 ‘6·15남북정상선언’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6․15와 10․4 합의 전면이행을 주장하고 있는 북한이 조문단을 보낼 경우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한국의 추모분위기 속에 6․15 합의를 상기시킬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및 관광사업 재개라는 남북교류사업 복원의 메시지를 암시한 북한으로선 현 추모정국을 이용해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잠재울 수 있는 여지도 갖게 된다. 또한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해 ‘원칙과 실용’으로 흐르고 있는 한국 내 대북여론에 ‘화해’ 이미지를 던져 줌으로써 햇볕정책 지지 세력들이 재 결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줄 수도 있다.

나아가 미국 여기자들과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를 연이어 석방하며 김정일의 ‘통 큰’ 정치적 결단을 보여준 북한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김정일의 정치력을 선전할 수 있는 부수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국장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김 전 대통령의 장례에 조문단 파견을 검토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소의 연구원은 “만약 장례행사가 국민장이 아니라 국장으로 치러질 경우 정부가 주관하는 장례가 되는 셈이므로 북한이 남한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에 조문단을 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94년 김일성 사망당시 우리정부에서 공식 조문단을 보내냐 마느냐로 큰 논란이 있었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당시 북측은 공식 조문단을 보내지 않은 김영삼 정부에 반발해 남측 재야세력에게 ‘김영삼 정권 퇴진운동’을 종용했던 사례가 있었던 만큼, 북측이 남한정부가 주관하는 장례에 조문단을 보낼 내부 명분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만약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한다면, 과거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을 보낸 선례가 있다는 점에 따라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아태평화위 위원장 겸직)을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2001년 현대 정주영 회장 사망했을 때 아태위 송호경 부위원장 등 4명의 조문단을 파견한 바 있다.

이밖에 2004년 서울을 방문했던 리종혁 통일전선부 부부장이나, 이듬해 김 대통령을 병문안한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하면 ‘장례위원회’가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아태위의 대남 파트너인 현대그룹이 보조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조문단의 형식상 이들이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과거 고 정주영 회장 조문단은 특별한 일정 없이 조문을 마치고 곧장 북한으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조문단 파견에 따른 ‘역효과’를 경계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노리는 북한과 ‘북풍’을 기대하는 민주당, ‘햇볕정책’ 추종세력 등의 대북정책 전환 공세에 ‘남남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은 “북한이 만약 조문단을 파견한다면 이에 대한 대응이나 해석을 두고 남한 내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며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행사가 정치적 선전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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