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문단 최종 미션은 ‘김정일의 MB 구애’ 성사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북한 ‘조문단’이 김정일로부터 받은 ‘최종 미션’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정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으로 구성된 조문단은 23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을 30분간 면담하고, 김정일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청와대 측은 북측 메시지의 민감성을 고려해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남북관계 국면 전환을 위한 구체적 제안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김 비서는 이날 이 대통령과의 면담 성사를 통해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 청와대 예방 직후 기자들에게 “모든 것이 잘 됐다”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또한 이날 숙소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을 떠나면서 “좋은 기분으로 간다. 고맙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북측 조문단과 정부 당국간 면담은 당초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었다. 북한이 본부 보고를 위해 서울-평양 간 직통전화 개설을 요구한 것이나, 21일부터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제한 조치를 해제하겠다고 나선 것 등은 남북 당국자간 만남을 염두에 준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그러나 김정일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친서 등 메시지를 전달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21일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서울을 찾은 북측 조문단은 1박 2일간의 체류 일정을 하루 연장 하면서까지 이 대통령과의 면담 성사를 위해 공을 들였다. 이들은 특히 김 전 대통령의 국회 빈소를 찾아 김정일의 조의를 직접 전달하는 등 공식 조문 일정을 수행한 이후부터는 남북 당국자간 접촉 성사를 위해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기남 비서는 조문 직후 김대중 평화센터에서 이희호 여사를 만난 자리에서, 배석한 홍 차관을 향해 “다 만나겠다. 만나서 이야기하자”면서 남북 당국자간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비췄다. 이어 북측 조문단 일행은 우리 정부 당국자들과 잇달아 접촉하며, 이 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까지 타진했다.

김 비서는 서울 체류 이튿날인 22일 조찬 회동에서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로 청와대에 직접 의사 전달이 가능한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 상임의장에게 “대통령을 직접 만나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의도와 진정성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고, 이는 김 특보를 통해 즉각 청와대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곧바로 조문단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면담이 성사됐고, 북측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겠다는 뜻을 다시금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청와대는 이때부터 관련 부처들과 긴급 논의에 들어갔고, 북측 조문단도 체류 일정을 하루 연기하며 이명박 대통령 예방에 대한 답신을 기다렸다. 결국 청와대는 북측 조문단의 예방은 수용하되, 외국 조문사절단의 예방 일정이 잡혀있는 23일 짧게 방문하는 형식으로 처리키로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 대통령의 첫 북한 인사 접견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으나 북측이 우리 정부 당국과 협의하지 않은 채 조문단을 파견하는 등 통상 관례를 무시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핵 문제, 연안호 선원 송환 문제 등 남북간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북측의 일방적인 평화공세에 말려드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셈이다. 정부는 북측의 이같은 대대적인 유화 제스처의 배경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남북관계 전환을 위한 대화 재개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