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前대통령서거> 北, 조문단 보낼 가능성 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서거함에 따라 고인과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조문단을 보내 조의를 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은 우선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언론을 통해 보도하고 김 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하룻만에 이를 보도하고 이틀 뒤 김 위원장 명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상사로 서거하였다는 소식에 접하여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조전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북측은 특히 이번에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해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 조의를 전달하고 유가족을 위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때는 김 위원장의 명의로 조전을 발표한 뒤 바로 4시간만에 제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당시는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이었고 북한이 이미 핵실험의 초읽기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조문단 파견이 현실성이 없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 입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분단이래 첫 정상회담을 가진 남한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남북관계의 기본원리로 규정한 ‘6.15공동선언’의 남측 상징이기 때문에 조문단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김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6.15공동선언에 대해선 자신들이 남북관계의 금과옥조로 여기는 ‘우리민족끼리’의 이념을 공식화하고 남북관계의 큰 틀을 정립한 문서로,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10.4정상선언은 6.15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강령으로 각각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또 언론매체를 통해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방북 때 김 위원장과 있었던 일화들을 자주 반복 소개하면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각별한 관심과 예의를 크게 선전해오고 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 때 남한 정부가 조문단을 보내지 않은 것은 물론 야당의원 등이 포함된 조문단의 방북도 막은 것에 대해 ‘분노’를 표시했었다.

게다가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나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면담하고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 등에 합의하는 등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고 관리하는 쪽으로 대남정책 방향을 틀고 있는 상황도 조문단 파견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대외관계의 전면에 나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양상이어서 조문단 파견을 이러한 ‘평화 공세’의 일환으로 활용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1년 3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별세 때에도 북한은 송호경 당시 아태 부위원장 겸 통전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조문단을 파견했다.

북한 조문단은 당시 서영교 남북 장관급회담 남측 대표를 신라호텔에서 비공식적으로 만나 연기되고 있던 제5차 남북장관급회담, 미국의 대북정책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번에 조문단을 파견할 경우 주목되는 인물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통전부) 부장 겸 아태위원장과 리종혁 통전부 부부장 겸 아태부위원장이다.

국방위원회 참사로 대외사업 전반을 관장하기도 하는 김양건 부장은 김 위원장의 클린턴 전 대통령면담과 현정은 회장 면담에 모두 배석했으며, 현 회장과 별도로 만나 현대의 대북사업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김양건 부장은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통전부장이라는 점에서 조문단으로 보내기에 부담스럽기 때문에 대남외교의 ‘얼굴마담’ 역할을 해온 리종혁 부부장이 파견될 수도 있다.

리 부부장은 최근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6주기 행사에 북측 대표로 참석했고, 특히 2004년 6월 6.15정상회담 4주년 기념 국제토론회에도 참석, 김대중도서관에서 김 전 대통령을 면담하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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