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조문단-당국 접촉 이뤄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기 위해 21∼22일 남측을 방문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 조문단’과 정부 당국간 면담 또는 접촉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공식활동 대부분을 수행하는 최측근 중 하나인 김기남 당 비서를 단장으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포함된 조문단의 구성 자체가 주는 무게감뿐만 아니라 이들의 체류기간이 당일이 아니라 1박2일이라는 점에서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후계시절부터 최측근으로 활약해 온 북한 체제 선전의 수장인 김기남 비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김 위원장이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해 마련한 만찬에 배석하는 등 대외활동에도 적극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특히 2005년 8.15민족대축전 참석차 북측 대표단 단장으로 서울을 방문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했으며 당시 지병으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하기도 했다.

대남사업의 수장이자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겸임하는 김양건 부장 역시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김 위원장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났을 때 배석했다. 또 현 회장과 별도로 만나 남북 협력 사업들을 논의, 5개항의 공동보도문도 조율하는 등 대남 실세중 실세로 꼽힌다.

그 역시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직전인 9월 말 서울을 극비 방문해 정상회담 의제를 합의한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회담 직후인 11월에도 정상선언 이행 방안 논의차 방한해 노무현 대통령과 주요 당국자들을 면담했다.

이처럼 비중 있고 대외활동이 활발한 북측의 고위 인사들이 조문단에 포함돼 있어 이들이 체류하는 이틀 동안 남북 당국간 고위급 회동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장으로 치러지는 김 전 대통령의 장의위원회에 정부 인사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남북 고위 당국자간 접촉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정부 반응은 일단 신중하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북측 조문단이) 조문을 위해 오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별도의 우리 당국과 면담이 계획된 것이 없고 요청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북측의 면담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 방침에 대한 질문에는 “그때 상황에 따라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북측 조문단의 면담 요청이 있다면 정부가 이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런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제의해 왔던 정부로서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먼저 북측 조문단에 당국간 회동을 제의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무엇보다 북측이 조문단 방문 과정에서 철저히 우리 당국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조문단 방문이 남북관계 개선이 아닌 다른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뿐만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의 자상함을 과시하고 우리 사회내 북한에 호의적인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북한 조문단 파견의 목표로 봐야한다”며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 정부 당국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이런 목표와 배치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섣불리 만날 생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북측 조문단은 이러한 여러 득실관계를 고려해 서울에 오기 전 이미 남북 당국간 회동 여부에 대한 방침을 정하고 내려올 것”이라며 “따라서 당국간 회동 성사 여부는 북한의 방침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