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재 속 식량사정 ‘폭풍전야’

“올해 북한의 곡물 작황은 평년에 약간 못 미치지만 내년 봄 대규모 식량난이 우려된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7.5)와 핵실험 발표(10.9) 후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중단 또는 축소되면서 현지 식량사정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옥수수에 이어 벼 수확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북한의 식량 전망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의 곡물 수확량이 지난해 수준이거나 약간 감소해 당장 식량난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내년 봄까지 제재가 계속될 경우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단위면적당 벼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1-2% 감소가 예상된다”며 “북한은 이보다 더 줄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상반기 벼 생장에 필요한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아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줄었고 7월 수해까지 겹쳐 재배면적 자체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권 연구위원은 또 “북한에서 지난해 450만t의 곡물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430만-440만t을 거둬 들일 것”이라며 “북한의 정상적 곡물 수요량을 650만t 정도로 본다면 200만t 이상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정상적 곡물 수요량’에는 여름에 수확된 감자와 밀보리 등이 모두 포함되지만 국제기구에서는 북한에 정상 수요량 650만t(1인당 하루 2천130㎉ 섭취)을 적용하기 힘들다고 판단, 하향 조정된 최소 수요량 520만t(1인당 하루 1천600㎉ 섭취)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더라도 올해 북한에서 430만-440만t의 곡물을 수확할 경우 여전히 80만-90만t이 부족한 셈이다.

이 부족분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문제. 북한은 예년 이 부족분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충당했지만 현재 대규모 공급로가 닫힌 상태다.

매년 남한이 50만t, 중국에서 20만-30만t(유상지원 포함), 세계식량계획(WFP)이 20만t을 지원해왔지만 올해 남한 정부는 수해지원 명목으로 쌀 9만t 정도를 북송했고 중국은 상반기까지 곡물 10만t 정도를 전달했을 뿐이다.

WFP 역시 올해 중반부터 2008년 중반까지 15만t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올해 지원량은 5만t 미만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되면 약속된 지원마저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

또 박광호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는 국제미작연구소(IRRI) 통계 자료를 인용, “지난해 북한은 전체 논 면적 58만6천 정보에서 171만t을 생산하고 약 43만t을 수입했다”면서 그럼에도 쌀 수요량을 292만t으로 잡으면 78만t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식량 부족분을 계산할 수 없지만 내년까지 현 상황이 지속되면 국제사회의 지원량은 연간 50만t을 넘기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연간 비료 필요량 35만t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식량 생산량이 평년의 70% 수준인 300만t 이하로 떨어져 심각한 식량난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 연구위원은 “당장 내년 여름에 수확할 밀과 보리 파종에 2만-3만t의 비료가 필요하지만 이는 자체 생산과 재고로 충당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내년 봄까지 외부로부터 비료 지원이 중단되면 북한의 농업부문 전반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현지 배급제가 예전에 비해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어 제2의 식량난이 초래될 경우 취약계층의 ‘체감 식량난’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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