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외 5자회담 추진 배경과 전망

수면 아래로 들어간 듯했던 5자회담 안(案)이 급부상하는 것은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의 6자 회담 복귀가 끝내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6자회담 의장격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10일부터 본격적으로 북한 고위층을 상대로 ‘파국을 막으려면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우 부부장으로부터 평양 소식을 접한 중국측 고위인사를 만난 뒤 기자들 앞에서 ’실망감’을 숨기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5자회담’ 카드를 꺼내들었다. 힐 차관보는 “가장 중요한 점은 모두가 만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5자회담 보다는 6자회담이 낫고, 5자회담도 회담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는 속내도 읽히는 대목이다.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끝내 협상장으로 돌아오기를 거부한다면 그들에게는 ’고립’만이 기다릴 뿐이라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어 보인다.

힐 차관보는 “북한은 역사적인 순간에 있다. 세계 다른 나라와 손을 잡을 것인지 더욱 고립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북한은 그러나 이 역사적인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미.북 양자회담은 6자회담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으며 6자회담 복귀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조지 부시 대통령 등 미국의 수뇌부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양보는 없다’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시킨 것이다.

이날 베이징에서는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동안 북한 설득에 주력해오던 중국이 예상을 깨고 ’미국의 양보’를 촉구한 것이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음 주로 예정된 G8 정상회담 관련 설명회에서 북한 문제에 관해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이 제재문제에 양보를 함으로써 6자회담 회복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 조치에서 양보함으로써 북한에 6자회담 복귀 명분을 주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발언은 살짝 비틀어보면 우 부부장의 대북 설득 노력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태도도 요지부종이라고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애초부터 금융 제재 해제나 북미간 양자대화는 미국의 카드에 없었다”고 전했다.

힐 차관보도 이날 “금융제재는 북한의 군사행위에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북한 설득작업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현재 북한의 태도로 볼때 5자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5자회담에 대해 비교적 소극적인 중국도 북한이 끝내 회담장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5자회담을 반대할 명분이 약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5자회담이 열리면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도 크겠지만 9.19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을 논의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으로 하여금 조속히 협상장에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던져 보자는 것이다.

5자회담과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있다.

물론 미국과 한국 등은 중국의 막판 대북 설득노력을 지켜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일본 등이 일정 시한 이후부터 결의안 채택에 적극 나설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당초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표결은 10일(현지시간) 이뤄질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국의 요청과 우 부부장의 평양 방문으로 연기된 바 있다.

하지만 안보리 결의안이 다시 추진되면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여부가 주목되는 등 결의안 내용이 외교가의 현안으로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한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 한국은 물론 중국 등 여러나라에서 반대의견이 나온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이 끝내 협상장에 돌아오지 못하고 유엔내 제재논의가 다시 뜨거워지면 새로운 외교전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복잡한 외교상황을 가장 단순화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태도변화”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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