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치엘리트들 생존 위해 권력 투쟁 자제해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해 김정은 시대의 막이 올랐다. 많은 분석가와 전문가들은 북한 최신 경향을 분석하여 김정은 시대의 기본적인 모습을 짐작하려 노력하고 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북한이 언제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의 등장은 김정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일뿐이었다. 현 단계에서 김정은은 1인 독재보다 섭정정치를 통해서 권한의 심각한 제한을 당하는 상징적인 인물에 불과하다. 2010년 10월에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되었을 때부터 김정일의 선택은 분명했다. 김정은이 나이도 젊고 권력기반도 약하고 실천경험도 모자라서 얼마 동안 섭정 정치 밖에 대안이 없다고 봤다.


2010년에 김정은의 등장과 동시에 장성택과 김경희 그리고 이영호 등이 갑자기 고위자리에 불려 세워졌다. 당시에 북한 전문가 대부분은 김정일이 자신의 갑작스런 사망에 대비해 김정은의 후견인이 돼줄 사람들을 승진시켰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김정일 뜻대로 되었다. 12월 중순까지 북한 언론에서 극찬을 많이 받았지만, 형식적으로 후계자 지위가 아직 인정되지 않은 김정은이었지만 별문제 없이 김정일 사후 북한 고위지도계층으로부터 새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다.


12월 말부터 북한 어용언론은 2년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젊은 사람을 최고영도자로 극찬하고 그의 위대성을 부각시키기 시작하였다. 김정일이 사망한 지 한 달도 안돼 최고사령관에 오르고 최고지도자에 부치는 수식어를 쓰고 있다. 현 단계에서 김정은에게 도전할 인물이나 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 지도계층은 김정은을 상징적인 지도자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는 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다른 권위주의 국가의 역사를 감안하면 김정은처럼 약한 독재자가 생겼을 때 그에게 도전할 수 있는 인물이나 세력이 많이 등장한다. 남미나 남아시아 독재국가에서 지도계층이 자신의 다툼과 권력 투쟁이 국가의 위기와 체제붕괴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다.


북한 국내외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남한이 있다는 점이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남한의 전례 없는 경제적인 성공이다. 북한 지도계층은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북한 민중이 1980년대 말 동독 민중처럼 즉각적인 통일을 요구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흡수통일의 경우 북한 소수 세습엘리트는 권력과 특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할지 모른다.
 
북한에서 정치 엘리트 사이에 일어나는 내부 갈등과 다툼은 국내안정을 심하게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이 사실을 한 순간도 잊지 않은  북한 정치엘리트는 서로를 단속하는 것이 어떤 것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다툼과 갈등이 체제 붕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권력 투쟁에 성공할 세력도 실패할 세력도 체제 붕괴 이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


그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이란 몸이 뚱뚱하고 1950년대 식 옷을 입은 젊은이의 개인 성격이나 능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김정은의 기본 힘은 상징성이다. 김정은은 체제의 지속을 상징하는 인물인데 북한 정치엘리트가 그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김정은은 앞으로 몇 년 동안 허수아비 독재자로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는 나라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경험도 능력도 없다. 그래서 그는 불가피하게 얼마 동안 자기 아버지 시대 정치인들이 시키는 대로 정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섭정 정치시대 북한을 통치 할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김정일 시대 북한을 통치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김정은 시대에 어떤 다른 정치 노선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섭정 정치를 하는 집단 지도부에서 간부들 사이에 대립과 음모가 있을 수도 있다. 김정은의 상징적인 최고지위를 도전하려는 음모와 달리 이러한 권력 투쟁은 체제를 불안정하게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개인적 대립은 섭정정치를 하는 지도부의 정치 노선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섭정 정치는 무한정 계속될 수 없다. 조만간 김정은은 진짜 독재자로 등장 할 가능성이 높다. 그 때까지 시간이 얼마 정도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다. 섭정 정치는 1년이 지속 될 수 있고, 6년이나 7년 정도 지속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서 김정은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그가 섭정 정치 중단을 마음 먹고 자신의 목적과 가치에 맞게 나라를 바꿔 나갈 수도 있지만 그 방향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체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가장 많다. 이럴 경우 김정일 시대 정치를 그대로 지속하면서 김일성 시대의 사회 구조의 재생을 목적으로 할 것이다. 아니면 그는 북한식 등소평이 되기 위해서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북한 경제를 살리는 노력을 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 그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아직까지 순조롭지만 다급하게 서두른 권력계승은 다른 중요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보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북조선이란 나라가 ‘공화국’의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근대 권위주의 국가보다 더 낙후한 봉건주의 군주제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1970∼80년대 김정일 권력 계승은 20여년 동안 준비되었다. 그러나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등장 자체는 의심과 불신을 초래하는 것이다. 김정일 사망 이후 정권을 강화하려는 정치엘리트의 입장에서 김정은의 서두른 등장 외에 대안이 없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서둘러 벌이는 권력 승계 및 위대성 교육은 주민들을 제대로 설득할 수 없다. 이러한 섣부른 체제와 권력은 위협을 받게 돼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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