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치범수용소 다룬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영화진흥위원회가 조사한 한국영화 역대 관객 순위에 따르면 최다 관객을 모은 10개 작품에 한국전쟁이나 남북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가 무려 5편이나 포함돼 있다.


전국 관객수 천만 명을 돌파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와 ‘실미도(2003)’가 각각 3, 4위를 차지했고, ‘공동경비구역 JSA(2000)’, ‘쉬리(1999)’, ‘웰컴 투 동막골(2005)’ 등은 7, 8,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흥행 결과만 본다면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가 흥행 보증수표인 것처럼 판단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영화들은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유명 감독의 연출에다 톱스타들의 출연, 거기에 상당한 액수의 제작비까지 투입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소재로 북한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남북한의 현실을 냉정히 조명하기보다는 관객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일상적 에피소드들에 더 치중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스타 배우가 출연하고 많은 제작비를 투자했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곽경택 감독의 영화 ‘태풍'(2005)을 들 수 있다. 탈북자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태풍’은 당시 한국 영화사상 최고 제작비를 들여 만들었다는 점, 유명 감독과 배우가 의기투합했다는 점 등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크로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톱 배우인 차인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4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되었지만 서울 관객수가 3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흥행에는 참패했다.


두 영화 모두 영화적 장치보다는 북한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려 했다는 점에서 아직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북한이 친숙하지 않은 소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이나 소련의 강제수용소 등의 충격적 실상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국제사회에 고발됐듯이 북한의 인권문제나 처절한 주민들의 삶을 스크린으로 옮긴다면 그 파급력 또한 클 것이다.


그러나 흥행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현실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하기는 쉽지 않는 일이다. 단적인 예로 앞에서 소개했던 ‘태풍’이나 ‘크로싱’은 탈북자나 북한 내부 모습을 현실에 가깝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러한 제작 여건 상 북한을 소재(인권, 주민 생활 등)로 한 영화 제작은 앞으로도 쉽게 시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량강도 아이들’은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가 겪는 제작상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량강도 아이들’은 2004년 크랭크인 후 개봉하기까지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물론 이 영화는 스타 감독이 연출을 맡지도, 유명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았다. 제작비도 19억 원(순제작비)으로 상업영화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다음 달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량강도 아이들’의 정성산 감독을 직접 만나 제작 환경 면에 있어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정 감독은 소재 자체에 대한 ‘관객들의 무관심’과 ‘낮은 완성도’, 그로 인한 ‘낮은 투자가치’를 북한 관련 문화 콘텐츠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다음은 정성산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 영화는 2004년부터 준비했다. 개봉이 늦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는 시장경제의 꽃이라고 부르지 않나. 투자자들은 냉정하다. 그들에게는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가 첫 번째 고려 요소다. 그런데 우리(량강도 아이들) 영화는 돈이 안 되는 모든 조건을 다 갖고 있었다. 먼저 탈북자 출신의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영화의 소재가 ‘북한’이었다. 더군다나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어린이 영화이기까지 하다. 후반작업을 통해 개선됐지만 초반에는 영화가 좀 무겁고 어두운 느낌도 들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투자자를 찾기가 힘들어 영화 개봉이 좀 늦어졌다.”


– 지금껏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는데.


“북한 인권이기 때문에 또는 탈북자 이야기이기 때문에 무조건 봐야 된다는 일종의 ‘동족의식’이 더 이상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이는 그만큼 한국의 정치사에서 북한을 철저하게 이데올로기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또 국민들은 북한하면 칙칙하고 무거운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게 어떤 것이든 북한은 ‘소녀시대’, ‘2PM’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 국민들 대다수는 북한에 대해서 대중문화로서 소비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북한과 관련된 것에는 무관심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 관련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프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북한의 현실을 모르는 한국 감독들이 북한의 현실을 리얼하게 그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북한 소재 영화를 쉽게만 만들려고 하고, 북한과 관련된 소재만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파고드는 감독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 북한 소재 영화가 투자를 잘 받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간단하다. 돈이 되는 영화를 만들면 된다. 돈이 되는 영화를 기획하고 돈이 되게끔 마케팅을 해야 한다. 영화를 비롯해 북한과 관련된 문화콘텐츠는 철저하게 재미있어야 한다. 그 재미는 ‘개그콘서트’ 같은 재미 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완성도가 높은 재미라고 할까? 그게 희극이 될 수도 있고 비극이 될 수도 있지만 중요한 점은 높은 완성도가 뒷받침 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 앞으로 어떤 식으로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제작자가 투자를 꺼리는 것은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북한 소재 영화 제작이 힘든 이유는 제작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영화 투자의 본질에 기인한다. 북한 관련 문화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하는 성공사례가 많이 나온다면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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