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전협정 불이행’ 담화 왜 나왔나?

북한이 22일 인민군 판문점대변인 담화를 통해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 실시를 비난하면서 “앞으로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조치가 주목된다.

일단 북한의 이날 발표가 당장 정전협정을 완전 무력화하고 군사충돌을 일으키겠다는 것보다는 경고성 엄포일 가능성이 높지만 국지적 도발이나 소규모 군사충돌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정전협정 불이행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의 언급이 미국의 대북제재 가능성에 대비한 일종의 전제조건이 달린 경고 차원이었다면 이날 발표는 단정적 표현이 들어가고, 표현의 강도가 세졌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북한은 지난 2003년 2월에도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관련한 판문점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조선반도 주변에 우리를 공격하기 위한 무력을 집결하고 우리에 대한 제재를 가해 온다면 조선인민군은 정전협정의 모든 조항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에는 미국의 전력증강계획을 비난하는 담화를 통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전력증강을 개시하는 경우 미국이 정전협정을 전면 파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즉시 협정의 구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주권침해에 대해 모든 잠재력을 총동원한 강력하고도 무자비한 보복조치를 단호히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올 3월에는 연합전시증원연습(RSOI)과 독수리훈련 실시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는 권리는 우리에게도 있다”면서 선제공격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장희(李長熙)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북한이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이후 상당히 예민해져 있는 것 같다”면서 “예전에도 훈련에 반발했지만 이번에는 더 예민하게, 높은 수위로 비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북한의 조치와 관련, “북한이 다른 행동을 취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 강한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 셈”이라면서 “그만큼 대외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린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학순(白鶴淳)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도 “북한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강력한 공표로, 행동이 아닌 언술상 공세를 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이 모종의 ‘행동’을 취하며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백 실장은 “북한이 당장 군사행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서해상 충돌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소위 자신들의 `억제력’을 과시하기 위해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 또는 핵실험 감행 등의 카드를 실행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