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대가 남측이 거절하자 8·15행사 불참”

▲ 이동복 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 ⓒ데일리NK

최근 북측이 8·15 공동행사 불참을 통보하는 등 남북관계에 이상기류가 표출된 것은 북한이 제시한 정상회담 대가에 대해 남측이 확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이동복 前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는 8일 데일리NK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의 남북관계가 별로 좋지 못했던 이유는 남북이 정상회담 조건을 가지고 물밑 접촉을 벌이는 과정에서 북측이 요구한 대가를 남측이 들어주지 않자 ‘몽니’를 부렸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000년 정상회담 관련 발표 때보다 이번 발표는 대단히 서둘러 발표한 것 같다”면서 “이번엔 20일 앞두고 발표했는데 여러 정황을 봐서는 남측에서 (북 요구에)양보했거나 북측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북핵 6자회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남한 대통령선거와 관련 있다”면서 왜냐하면 “6자회담에서 남측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다. 북측 의사를 미국에 전달하는 정도인데, 그마저도 최근에 미-북이 직접 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은 6자회담과 북핵 폐기에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고, 결국 남한 대선용으로 ‘전쟁과 평화’라는 레토릭(수사) 만들어 젊은 유권자를 농락하려고 하는 의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그는 남북정상회담만으로 남한 대선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왜냐하면 정상회담을 이미 한 번 경험했고 현재의 국민 정서상 정상회담을 수용할 만한 준비가 안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표는 “지금 노무현 정부와 김정일 정권으로선 남한의 정권교체를 막고 싶겠지만 현재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면서 “정상회담의 성과와 상관없이 마지막 발악으로 이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해찬 전 총리가 최근 남북정상회담 플러스 알파로 4자(남북+미중) 정상회담을 얘기하고 있다”면서 “그것은 남북 정상회담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을 꼬드겨 뭘 해보려는 것이지만, 지금 6자회담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번 회담의 의제와 관련해선 “핵 문제를 논의해 봐야 모두 거짓 수사에 불과하기 때문에 6자회담에서 해결 원칙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고 지적한 뒤 “통일문제와 관련, ‘연방제-연합제’ 논의는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재자 김정일과 통일문제를 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어 경제지원 문제는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전제로 할 것과 북한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시장경제 틀 속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전 대표는 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땅을 주고 평화를 얻는다는 ‘영토와 평화의 교환'(Land For Peace)처럼, 우리 정부는 ‘경제 원조를 주고 평화 얻는다’는 ‘경제 패키지’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무조건적인 경제지원으로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정상회담이 서울이 아닌 평양에서 열기로 한 사실과 관련, “김정일이 신변 안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서울로 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2000년 당시 김대중 씨가 평양에 갔을 때 평양 시민들이 굉장한 쇼를 연출한 것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은 남한 대통령에 대한 환영이 아닌 김정일에 대한 충성맹세”라며 “김정일은 노 대통령을 이용해 자신의 위상과 위치를 굳건히 하는 ‘프로파간다’와 같은 선전선동 쇼를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