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당초 목표에 ‘반타작’ 했다

10월 2~4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지지율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언론사들이 정상회담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절반 이상은 이번 회담이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고,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도 40~50%대로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50%를 넘은 것은 탄핵 역풍이 몰아친 2004년 5월 이후 처음이다.

YTN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6.5%가 남북정상회담이 대체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도 46.9%가 ‘잘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선에 영향 못 줄것’ 의견 다수=KBS-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53.5%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8월 10일 같은 조사의 35.1%에 비해, 18.6%가 상승한 것이다. 이번 회담에 성과가 있었다는 응답도 76%에 달했다.

S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43.4%로 높게 나타났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는 응답은 63.7%였고, 합의 내용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알고 있다는 답이 68.3%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이 57.8%였고 범여권에 유리할 것이라는 응답은 18.1%에 그쳤다.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또한 정상회담이 성과가 있었다는 의견이 74%였고,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43.4%를 기록했다.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53.9%로 정상회담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당초 회담 개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번 회담이 대북 평화·협력 기조를 앞세우고 있는 범여권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50%로 안정세를 유지하며, 이번 회담이 17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할 것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정상회담 직후인 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선호도가 53.5%로 지난 달 17일 조사(50.5%)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50.7%로 지난 9월(49.5%)보다 오히려 조금 더 올랐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후보들의 지지율은 여전히 한자리 수에 머물렀다.

이는 이 후보의 지지자 가운데 12월 대선까지 계속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이 67.8%에 달하는 등 남북관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충성층이 두터운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범여권 지지로 직결되지 않은 원인은 정부여당이 국정실패세력이라는 인식이 강해 정상회담 이벤트로 이 국민인식을 넘지 못한 것과 남북문제 보다 경제발전에 더 큰 이해관계를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남북문제가 국내 정치에 활용되는 것을 거부하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민족끼리’ 유효기간 끝나=또한 국민들이 2000년 정상회담과 북핵 위기를 거치며 남북 관계를 ‘장기적’으로 인식하기 시작, 남북정상회담 등 일회성 행사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도 보인다.

최근 서울대 통일연구원이 실시한 통일의식조사 결과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3.8%에 머문 것에서도 국민들의 변화된 남북관계 인식을 엿볼수 있다.

지난 1994년 통일연구원이 조사했을 당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91.6%에 달했었다. 특히 20대의 66.6%는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등 다른 연령층보다 대북 위기의식이 높았다.

그러나 오는 11월 남북 총리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될 예정이고 올해 안으로 종전선언을 위한 3~4자 회담이 진전을 보일 경우 현 정부의 대북정책 계승을 전면에 내세울 범여권 후보의 막판 추격도 예상된다.

한편,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한 대선에 일정 정도의 영향을 미치려고 했던 북한의 전략 또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올초 신년사부터 시작해 정상회담이 끝난 시점에서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은 ‘반보수대연합을 통해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대남선전을 노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정일의 입장에서 볼때 이번 회담은 남한의 수장이 직접 ‘장군님’을 만나러 와 경제 지원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선사했다는 과시용은 될 수 있지만 햇볕세력의 집권을 돕지 못했다는 한계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도 ‘우리민족끼리’ 카드가 유효기간이 만료했음을 깨닫는 기회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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