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권교체 염두” 발언 ‘정부당국자’ 즉시 문책하라

오늘(25일) 동아일보 1면은 ‘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 “북 정권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제재”라는 제목으로 한미 양국이 북한의 불법자금 제재에 착수한 배경에 대한 기사를 게재했다. 한마디로 한미 양국은 김정일 정권의 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금융제재에 돌입했다는 기사다.


결론부터 말해, 그 ‘정부 고위당국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청와대와 국정원은 그 내용을 발설한 ‘정부 고위당국자’를 적발하여 그런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어 북한정권이 인지하게 된 경위를 알아낸 뒤, 검찰은 만약 그 정부당국자가 공무원법을 저촉한 혐의가 있다면 법에 따라 조치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왜냐하면, 정부의 대북전략에서 공개할 수 있는 부분과 끝까지 비밀을 유지해야 대한민국 국익에 합당한 부분이 있는데, 이번 정부당국자의 발언은 ‘비밀을 유지해야 국익에 합당한 부분’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실제로 북한정권의 교체까지 염두에 두고 금융제재를 시작한다면, 더더욱 이같은 사실을 김정일 정권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해야 대북전략으로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특급비밀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비밀 대북전략은 공개되는 순간 대북전략으로써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또 그 정부당국자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대북금융제재가 북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발언이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사전에 대비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되었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의 기밀누설죄및 이적죄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통상적으로 대북전략은 A트랙과 B트랙으로 구분되고 있다. 정부는 대북전략을 전개하면서 북한과 대화와 협상(A트랙)을 진행하면서 필요하면 동시에 압박을 병행(B트랙)해야 한다. B트랙의 압박도 군사적 유형과 비군사적 유형 등 매우 다양할 수 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군사적 압박이며 대북금융제재는 비군사적 압박 유형이다.


하지만 정부의 B트랙 중에는 국가기밀이 적지 않다. 그것은 상대가 몰라야 효과를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합동군사훈련도 한미 정부당국이 언론에 공식적으로 브리핑하는 내용을 제외하면 비밀에 해당하는 것이 적지 않다. 대북금융제재 분야 역시 기밀에 해당하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기밀이 모두 언론에 공개된다면 정부가 대북전략을 수행하는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오늘 동아일보에 기사에는 “정부 당국자가 북한의 정권교체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라는 표현도 나왔다.


기사는 또 “하지만 북한정권교체를 염두에 둔 대북 강경책에 대해선 정부 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정권교체가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정부 안에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 ‘정부 당국자’는 대북전략을 둘러싸고 정부 내의 분란까지 모두 발설해버린 것이다.


도대체 그 ‘정부 당국자’는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김정일에게 ‘한미 양국은 당신 정권을 교체하려고 하니 몸조심 해라’는 뜻인지, ‘정부 내에서도 분란이 있으니 좀 기다려 봐라’는 뜻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뒤 언론에 군사기밀까지 고스란히 공개되어 말썽이 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부당국자’는 천안함 교훈을 벌써 잊었는가.


언론은 그런 내용의 기사를 쓸 수는 있다. 또 언론은 ‘김정일 정권 교체’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언론은 어디까지나 ‘민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예민한 시기에 ‘북정권 교체 염두’라는 정부당국자의 발언까지 공개해버리는 것이 진정으로 국익에 합당한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언론이 북 정권 교체를 자유롭게 주장하고 또 정부정책에 반영을 요구하는 것과, 정부가 실제로 북정권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국익과 관련하여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북전략에는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국가기밀’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데일리NK는 ‘김정일 정권의 교체’를 가장 먼저, 가장 오랫동안 개진해왔지만, 이를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식의 기사는 국익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보도를 자제해왔다.


국민의 알 권리와 국익 보호 사이에 늘 긴장관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언론도 이 긴장관계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한 사회가 선진국으로 갈수록 정부-시민사회간의 민관 협치의 중요성과 적절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우리사회는 대북정책을 비롯하여 여러 사회부문에서 남남갈등이 첨예하게 증폭돼 있다. 앞으로 적어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있는 2012년까지 한국사회는 이를 현명하게 극복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사회는 정말 둘로 쪼개지는 국가적 불행을 맞을 수도 있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 가운데 확실하지도 않은 ‘한미정부 북 정권 교체 염두’라는 내용이 정부 당국자의 발언으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된 것은 그 ‘정부당국자’가 의도했건 안했건, 시민사회를 둘로 쪼개자는 것이나 진배없다.


혹자는 미국 부시정부도 ‘북 정권 교체’를 공공연히 주장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말이 틀리진 않다. 하지만 정직하게 말하자. 미국이 북 정권 교체를 주장한다고 해서 김정일이 미국을 군사공격할 수 있나? 또 대북전략에서 제1차 당사자가 한국인가? 미국인가? 대북전략의 1차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인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평화통일로 가는 긴 도정에서 가장 중요한  협력자이지, 평화통일의 주도역은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이다. 주체는 대한민국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북전략의 비밀은 비밀대로 엄수돼야 하며 또 대한민국 사활이 걸린 국익은 필요하다면 미국도 몰라야 한다. 91년 한중 수교를 추진하면서 일정 단계까지는 미국도 이 사실을 몰랐다. 그것이 냉엄한 국제관계의 단면인 것이다.   


그런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지금 이 예민한 시기에 정부 당국자의 “북 정권 교체 염두”라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했다. 정부는 그 ‘정부 당국자’를 적발해서 즉시 문책하라. 당사자 입장에서는 인간적으로 안됐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대한민국이 법치주의에 따라 국가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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