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절반의 성공’…ICBM 기술 개량 보여줘”

북한이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시험장에서 발사한 장거리 로켓 ‘대포동 2호’에 탑재된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실패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국내외에 과시하려는 당초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1단체 추진체는 동해로 낙하했으며, 나머지 추진체와 탑재물은 대기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1, 2단계 추진체의 낙하 지점도 북한이 국제기구에 통보한 것보다 150~400여km가 짧아 정확도도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비록 ICBM 기술 개발의 완성을 과시하지는 못했지만 대포동 1호 때보다 2단계 로켓의 낙하지점이 2배 가량 늘어나고, 사거리가 길며, 안정된 중거리 탄도미사일 기술만큼은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실패했다고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 사거리가 많이 늘어나며 ICBM 기술이 발전과정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고 말했다. 이어 “미사일이라는 것이 한 두 번 실험을 해서 되는 것이 아니므로 북한은 계속적으로 사거리 연장을 위한 로켓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 사거리 연장 위한 미사일 실험 발사 지속=김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사거리는 늘었지만 2, 3단계 추진체가 추락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는 어느 정도 거뒀지만 완전히 당황하게 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미국은 자국 영토의 목전까지 이른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더 이상 관망만 하고 있지 못할 입장에 처했다. 또한 이번 ‘인공위성 발사 쇼’는 취임 이후 상대적으로 북한 문제를 후순위에 두던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끌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개량 됐다는 측면 자체가 미국에 상당한 압박감을 주고 있다”고 했고, 전 연구위원도 “북한은 인공위성 개발용이라는 목적으로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실험을 계속하며 계속 미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이 지금은 제재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어차피 협상국면으로 들어가면 미사일 카드에 굴복해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북한은 위성 발사에는 실패했지만 대미 협상에 지렛대 확보라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ICBM 기술 보유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안보지형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핵실험까지 단행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넣는 운반수단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한반도 유사시 미국과 일본의 개입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춘근 이화여대 겸임 교수는 “결국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포동 미사일을 보유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미국을 직접적으로 노린 것이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자기 방식대로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개입을 가능한 배제하기 위해서”라며 “이 경우 기존 방식으로 더 이상 한국의 안보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했을 때 한반도의 안보 구도에 대한 전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도 “한반도 유사시 미국, 일본이 증원 전력을 파견할 때 강력한 견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안보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리도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미 미사일 협정을 개정해 사거리를 연장하는 미사일 개발에 나서야 하고, PSI(대량상상무기확산방지구상) 참여도 적극 참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정일, 미사일 발사 참관…위성엔 관심 없었을 수도=한편, 북한은 이번 인공위성 발사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여진다. 김정일은 직접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찾아 ‘광명성 2호’의 발사 전 과정을 지켜보기까지 했다. 김정일은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 때마다 한달 넘게 공개활동을 자제하는 등 은둔행보를 보였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관련 당 책임자들과 기술자들은 지난 10여년간의 연구 결과 대포동 1호 발사 때의 결점을 보완해 ICBM 관련 기술을 상당 부분 끌어올렸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전 연구위원은 “북한은 아마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기술적 결함이 있었던 것 같다”며 “북한과 이란은 상당한 기술협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월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위성 발사 4시간 후 “은하 2호에 탑재된 인공위성인 ‘광명성 2호’가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외적으로는 위성 발사 실패가 판명 났지만) 대내적으로는 위성발사가 성공했다는 선전을 통해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대포동 1호 발사 때도 인공위성이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주장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애초 북한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실험을 한 것이 아니라, 위성발사를 위장해 장거리 로켓 사정거리 연장 실험을 한 것 일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 차원이라면 이번 로켓 발사를 실패로 단정지을 수 만은 없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