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쟁공포증 앓는 南 중도층 유권자 노릴수도”

북한 어선 1척이 15일 오전 백령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뒤 우리해군의 경고통신을 듣고 북으로 올라갔다. 북한 어선의 서해 NLL을 침범은 지난달 12일 이후 벌써 8번째다. 우리 군은 지난달 21일에 어선을 향해 경고사격까지 한 바 있다.


최근 북한의 잦은 NLL 월선행위는 대선과 맞물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칫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저강도 도발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안보불안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대내외 선전매체를 동원한 선거 개입 활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4월 총선 이후 북한의 대남 비난 횟수도 꾸준히 증가해 5년 전 17대 대선 당시에 비해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남조선 각 계층은 새누리당 패당의 교활한 술수에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한다”, “제2의 유신독재의 부활을 절대로 허용하지 말고 견결히 배격해 나서야 할 것”이라는 등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겨냥한 비난 공세를 지속해 왔다. 또 NLL에 대한 입장, 6·15 및 10·4선언에 대한 이행여부가 대선후보를 가늠하는 잣대가 돼야 한다고 선동했다. 


이와 관련 유동렬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북한의 대남전략은 친북정권을 창출하는데 집중되어 있다”며 “평화세력 대 전쟁세력 구도로 나눠 잘못 뽑으면 전쟁난다는 주장을 확산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무력도발 시 보수표 결집효과도 분명하지만 ‘전쟁나면 안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중도층의 표가 전쟁공포에 휩쓸려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실시해왔던 보수정당에 대해 ‘민족대결의식을 조장하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킨다’고 비난하며 보수정권을 반대하도록 개입할 것”이라면서 “전쟁위기 의식을 조장함으로써 북한을 자극하는 정책보다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햇볕정책’으로의 여론 전환을 이끌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이 노리는 효과는 2가지”라면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 정책의 생산을 통한) 실리추구와 안보불안 자극으로 중간층들이 햇볕정책을 내세우는 후보로 표를 결집시키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진행된 6·2지방선거에서 야당은 ‘전쟁이냐 평화냐’의 슬로건을 내세웠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가운데 단 6곳에서만 승리를 챙겨 사실상 패했다. 


북한 선전매체들을 통한 위협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말뿐인 대선개입이냐 아니면 도발을 통한 극적인 정세 전환이냐가 남았을 뿐이다. 


유 선임연구관은 “북한은 전면전까지 각오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나 서해5도상 NLL침범 등 낮은 단계의 도발과 함포사격, 해상충돌 등 중강도 도발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책기관의 한 대북전문가는 “동해상 미사일 시험이나 휴전선에서의 총격, GPS교란 등의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만 교전 상태로 가는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관측했다. 


우리군이 북한도발에 대해 도발원점까지 타격하겠다는 대응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섣부른 도발은 보복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북한으로서도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한 안보 여론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유 선임연구관은 “선거정국 안정이란 명분하에 전쟁확산 및 사회혼란 등을 우려해 북한의 도발에 소극 대응할 때 더 큰 안보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며 “북한의 대남 도발의도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당국은 ‘전쟁이냐 평화냐’와 같은 잘못된 논리를 깨고 국민들이 (북한의 의도를)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면서 “국민들은 냉철한 판단으로 북한의 선거공작에 말려들지 않도록 성숙된 민주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실제 도발로 이어질지 말폭탄으로 그칠지 장담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이번 선거에서 보수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분명하고 대단히 사활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수단을 총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북한은 70년대의 70일 전투와 같이 동원태세를 강화시켜 경제적 성과를 얻으려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면서 “동원상태를 만들려면 외부와의 긴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