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산화’, 주민들 잡는다

▲ 주민들을 단속하기 위해 새로 교체한 공민증

북한당국은 2003년 12월부터 인민보안성(남한의 경찰청에 해당) 주관으로 주민들의 신분 현황을 전산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것도 북한 내에서만 네트워크가 가능하다고 한다.

남한의 주민들은 북한의 정보화 사업이 진척되고, 드디어 현대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다. 긍정적인 것과는 반대로 북한주민들의 생활은 더 어렵게 된다. 출신성분에 대한 분류와 통행증 발급제도 등 주민통제와 감시를 위한 노동당의 정책들이 개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산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빨라진 출신성분 분석, 주민들 더 불안

북한에서는 출신성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고 삶이 달라진다는 것은 남한 주민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현재 북한당국은 북한주민들을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 등 3계층 51개 부류로 구분하여 주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핵심계층은 잘 살 수 있고 특혜가 많다. 또 동요계층은 적당히 중간대우, 적대계층은 억압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 동요계층, 적대계층을 합치면 60%가 훨씬 넘는다.

여기서 전산화로 인해 불안해 할 사람들은 절대 다수의 동요군중, 적대군중이다. 주민들의 거주 이동, 간부 등용, 대학 진학 등에 따르는 인사조치가 더욱 명확하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보안부(경찰서) 주민등록과에 뇌물 또는 지인을 통하여 출신성분을 위조하는 경향도 있었다. 전산화가 도입되면 동요계층이나 적대계층은 사회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영영 막혀버릴 수 있다. 북한은 그렇지 않아도 철저한 계급사회인데, 중앙을 거점으로 네트워크가 이뤄지면 隔걋?계급구조는 완전히 고착화된다.

기차여행, 이동에도 불리

북한주민들은 보안부 2부에서 발급하는 통행증(여행 및 출장증명서)를 발급받아 여행을 하거나 장사를 떠난다. 물론 통행증 발급은 너무도 어렵다.

지난 기간 북한의 많은 주민들은 여행증을 한번 발급받으면 날짜와 여행 목적지를 위조하여 계속 쓰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통행증에 매월마다 바뀌는 암호 숫자를 알아내 위조하면 무사통과였다. 물론 철도 보안원들에게 단속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우기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확인할 통신망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주민들은 통행증 발급이 힘 있는 핵심계층에만 치우쳐 발급되기 때문에 일반주민들은 60~70%가 위조 통행증을 가지고 다니거나 통행증도 없이 막무가내로 열차에 오른다. 이렇게 열차에 오른 주민들은 ‘행운’을 바라며 여행을 하거나 장사를 떠난다.

그러나 전산화가 실현되면 빠른 정보망으로 하여 단속되어도 변명할 길이 없다.

지금 북한주민들은 노동당 정책대로 따라가다가는 그냥 앉아서 굶어죽고 만다는 사실을 다 터득했고, 이 때문에 모두 장사길로 나갔다. 장사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전산화가 되면 주민들은 또 불리해지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혁개방이 없는 한 전산화 같은 첨단화는 주민들을 더욱 긍지로 내몰게 된다는 말이다. 또 전산화는 주민들의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뿐 삶이 더 나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노동당은 주민들의 생존에 대한 책임보다 어떻게 하면 주민들을 더 잘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주일 논설위원(평남출신, 2000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