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방위 평화공세..한반도정세 급변하나

한반도 정세에 급격한 지각변동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진원지는 평양이다. 2월에 접어들기 무섭게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향해 전방위적 평화공세를 전개하면서 장기교착 국면에 놓인 북핵 6자회담과 남북관계에 중대한 물꼬가 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핵 협상을 고리로 안정적 체제구축과 경제난 타개를 도모하려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해지고 있다.


우선 주목할 이벤트는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이다. 6일부터 4일간 이어지는 이번 방북은 당(黨) 대 당(黨) 연례방문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유동성 높은 현 북핵국면에서 6자회담 재개의 중요한 돌파구를 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외교가의 시선이 향하는 대목은 이번 방북이 북한측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점이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포함한 전반적 한반도 정세에 대해 내부적 입장정리가 마무리됐음을 의미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왕 부장을 통해 대규모 추가 경제지원이라는 ‘설 선물’을 약속하고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공식 선언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왕 부장은 8일 김 위원장을 직접 면담하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 또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이 자리에서 큰 틀의 거래가 오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 대북특사의 방북도 북한 대외 평화공세의 중요한 갈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친서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진 린 파스코 유엔 사무국 정무담당 사무차장은 9일부터 12일까지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2005년 이후 중단됐던 유엔과 북한간 고위급 대화가 복원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작년 내내 유엔 1874호 결의와 이후 일련의 제재조치에 강력히 반발해온 북한이 전술적 태도변화를 꾀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유엔 고위급 인사들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제재완화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외교가의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열리는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은 남측을 향한 평화공세의 일환이다. 2008년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이후 약 1년7개월만에 관광 재개문제가 남북간 대화테이블에 오르는 것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실제 성과와는 관계없이 남북간 대화의 동력을 살려나감으로써 남북 정상회담 추진의 ‘군불’이 계속 지피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이처럼 전방위적 평화공세에 올인하는 것은 고도의 전략적 계산을 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도 북한 내부의 극도로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려는 행보라는 풀이가 나온다. 외부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의 흐름이 차단되면서 “39호실(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관리처)금고까지 바닥이 났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경제난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에서다.


특히 북한 경제는 지난해 11월말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후 제대로 물자공급이 뒤따르지 않아 다시 인플레가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북한으로서는 물자공급의 통로인 중국과 한국을 상대로 유화공세를 펼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분석이다. 왕자루이 방북초청이나 개성.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은 결국 물자와 ‘달러박스’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풀이다. 한 고위소식통은 “최근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유엔 인사들을 초청하면서까지 제재완화의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달러의 주수입원인 무기 수출이 차단되면서 북한 내부의 ‘달러 가뭄’이 심각해지고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는 김정은으로의 내부 권력승계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난이 심화되고 내부 동요조짐이 커질 경우 2012년을 목표로 하는 강성대국 건설은 물론 안정적인 권력이양에도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또 다른 노림수는 5대 1로 포위된 6자회담 구도의 새틀짜기다. 6자회담 복귀선언을 앞두고 관련 당사국들을 향해 유화적 공세를 폄으로써 5자간의 공조전선에 일정한 틈새를 벌려놓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향한 구애공세에 주력함으로써 의제 재설정과 제재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의 결정적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6자회담의 경우 평화협정과 제재완화 이슈를 둘러싸고 북.미간 평행선 대치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국이 중재력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또 정상회담은 원칙론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기본적 스탠스에다 관련국간 조율이라는 무형의 장애물이 있어 6자회담에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속도를 내기가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르면 이달말께로 예상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 6자회담과 정상회담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의 전반적 흐름에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카드가 될 것이라는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왕 부장의 이번 방북은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 선언을 받아내기 보다는 김 위원장을 베이징으로 초청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한 고위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방중 카드는 여전히 살아있는 다목적 카드”라며 “북한으로서는 일거에 크게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해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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