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처리’ 압박…정부 “신중·유연 대응”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제재위원회가 제재대상 북한 기업들의 명단을 확정.발표한 25일(한국시간) 제재를 철저히 배격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한편 곧바로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반발의 강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신중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정리했고 미국은 북한의 반발에 굽히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북한에 6자회담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4월14일부 외무성 성명으로 선언한 데 따라 우리 시험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연료봉들을 재처리하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공언했다.

북한은 앞서 14일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채택으로 6자회담 합의가 무력화됐다면서 “핵시설들을 원상복구해 정상가동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고 그 일환으로 시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연료봉들이 깨끗이 재처리될 것”이라고 밝혔었다.

제재위원회는 자산동결 등 제재 대상으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단천상업은행, 조선령봉종합회사 등 3곳을 지정하고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따라 대북 수출입이 금지되는 기술과 장비, 품목, 상품 등의 목록을 업데이트하면서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일부 최신 기술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박덕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즉각 “안보리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든 철저히 배격하고 이를 접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북한 외무성은 폐연료봉 재처리 사실을 공표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충분히 예상됐던 수순이라며 정부 차원의 논평이나 성명도 자제하는 한편 “신중하고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6일 “북한의 재처리 착수 방침은 예견됐던 수순”이라며 “정부는 북한이 로켓 발사를 준비할 때부터 국제사회의 대응과는 상관없이 로켓 발사에 이어 6자회담 거부, 재처리 착수 순으로 나아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재처리뿐만 아니라 북한이 이보다 더한 조치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사실상 배제하지 않았다.

청와대 당국자는 앞서 “북한이 한 단계 더 나간 것이긴 하지만 예정됐던 것인 만큼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신중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5일 이라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북한이 자신들이 맡은 의무로 되돌아오도록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한반도 비핵화 의무와 관련한 대화를 북한과 재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대화의 문은 열어놨다.

그는 이어 26일 바그다드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6자회담 참가국 등 다른 국가들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과 최근 유엔에서 대북 제재 방안이 결정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해 북한의 반발에 굽히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북한의 (재처리)발표는 유엔에서 제재리스트가 확정된 것에 대한 반응인 측면도 있는 것같다”면서 “재처리시설을 가동하면 연기가 나는 등 일부 징후가 있다는데 아직 이런 징후는 파악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도발에는 내부의 정치적 목적이 더 큰 것 같다”면서 “당분간은 이 같은 행보를 멈출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