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처리로 ‘핵억제력 강화’ 위협 행동화

북한 외무성이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힌 것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이후 밝혀온 ‘핵억제력 강화’ 공언을 행동에 옮겼음을 말한 것이다.

이는 또한 북한이 재처리를 통해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추가로 손에 쥐게 되는 오는 7∼8월까지는 이 과정을 진행시켜 나가면서 대외적으로 비타협적 자세를 견지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선 이미 불능화 조치가 취해진 방사화학실험실을 원상복구해야 하는데, 불능화의 정도가 크지 않아 쉽게 원상복구가 가능하다고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말했다.

그는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불능화는 기계설비 장치를 떼어내는 정도였던 것으로 안다”며 “고준위 방사능에 노출된 장소인 만큼 내부보다는 외부시설에 불능화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떼어내 보관중이거나 새롭게 만든 기계장치를 다시 연결시키기만 하면 언제든 방사화학실험실의 재가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2007년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후 폐연료봉을 빼내 수조에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냉각기간이 필요하지 않아 재처리 시설만 가동되면 즉각적인 재처리가 가능한 조건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과 미국의 불능화 요원들을 추방해 영변지역에 대한 정확한 상황 파악이 어려운 상황을 이용, 정상가동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재처리 카드를 먼저 던져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지만, 실제 가동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재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낸 것만은 사실이다.

북한이 폐연료봉 8천개에 대한 재처리 작업에 본격 나서면 3∼4개월 정도면 작업을 마치고 약 10㎏정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해 1∼2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원료를 추가로 손에 쥐게 된다.

북한이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과정에 들어간 이상 플루토늄을 손에 쥘 때까지는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압력을 가중하건 유화적 제스처로 대화를 유도하든 이를 멈추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은 최소한 7-8월까지는 재처리를 통해 자신들의 핵무기고 확대를 위한 준비가 상당히 진척됐다는 것을 외부에 인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그 이후 국제사회의 대응 방향을 봐가며 협상이냐 추가적인 핵무력 시위냐를 선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그동안 북한의 행태를 보면 단계별로 움직이면서 한 단계가 마무리돼야 주위 정세를 살피며 회담에 나왔었다”며 “북한은 재처리 과정을 마친 뒤 주변의 상황을 보면서 협상을 할지 추가적인 위협행동을 이어갈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재처리 작업에 들어간 이상 북핵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북한이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추가로 손에 넣으면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그만큼 북한의 호가는 올라가게 되고, 협상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북한의 추가 핵무력 시위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추가 위협은 재처리 후 곧장 핵시험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우선 지난 14일 발표한 외무성 성명에서 공언한 대로 영변 원자로를 원상복구해 재가동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IAEA 관계자들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 수개월 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어, 북한은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원자로와 냉각시설의 재가동이라는 카드도 내놓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춘근 연구위원은 “냉각탑이 폭파됐지만 최근에는 손쉽게 냉각시설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에 재가동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자로 재가동에 필요한 핵연료봉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북한은 50㎿급 원자로에 사용하기 위해 준비해둔 연료봉 1만개가 있는 만큼 이를 재가공해 사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원자로의 재가동에도 자신들의 뜻대로 북미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2차 핵시험까지 위기 수위를 높여갈 수도 있다.

대외적으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4일 기사에서 2006년 7월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후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은 3개월만인 그해 10월 지하 핵시험을 실시한 사실을 거듭 상기시키며 대북 압박이 커질수록 “조선(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더 확고한 것으로 다져 나갈 것”이라고 제2차 핵시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핵시험과 더불어 우라늄 농축기술의 확보 노력을 본격화하는 것도 북한의 추가 카드가 될 수 있다.

지난 14일 북한 외무성이 “자체의 경수로발전소 건설”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카드를 내놓은 것에 대해 장용석 연구실장은 “경수로 건설 언급은 우라늄 농축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단언하고 “경수로 가동에는 연료봉에 필요한 저농축우라늄 기술이 있어야 하므로 북한이 공개적으로 농축기술을 본격 추구하겠다고 말한 셈”이라고 의미를 분석했다.

북한은 이러한 단계별 카드를 갖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압박해 북한의 핵무기고 확대냐, 대북 적대정책 전환에 기초한 협상이냐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그림 속에서 북한은 미국인 여기자 2명을 재판에 기소하고 남한에 대해서는 개성공단의 임금과 토지임대료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등 보조 카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가 6자회담에 복귀토록 설득하는 데 대해선 6자회담 “절대 불참”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비공식 대변 매체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유엔을 포함한 북미간 군사회담을 비롯해 새로운 협상틀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새판짜기를 시도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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