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이 정운 천거..후계체제 주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8일 장남인 정남 대신 3남 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위원장의 3남 간택엔 정작 정남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건의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 부장은 작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이후 김 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북한 국정을 운영하면서 3남후계 구축을 추진했고, 여기에 작년초부터 3남후계 물밑작업을 벌여온 김 위원장의 네번째 부인 김옥이 가세해 김 위원장의 결심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복수의 정보소식통은 15일 “장 부장이 지난해 중반 김 위원장의 와병설 이후 남한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북한 조기붕괴’론 등이 확산되는 상황 등을 이유로 내세워 김정일 위원장에게 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할 것을 적극 건의해 승인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 부장이 자신과 각별한 관계인 장남 대신 3남을 천거한 것은 3남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애정과 자신의 정치적 미래 등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후계자 지명 과정 뿐 아니라 최근 북한군 최고위층 인사에서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권력기구 전면에 부상한 점 등으로 미뤄 장 부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구도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은 “일각에서는 후계문제에서나 실권 행사 측면에서 장성택 부장과 리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동급으로 보기도 하는데 현재 두 사람의 지위와 영향력은 비교가 안된다”며 “현재 리제강을 포함한 모든 북한 간부들이 장 부장의 지휘에 전적으로 복종하며 따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성택 `섭정’ 포석인가 = 3남 정운이 후계자로 내정됐다고 해도 그는 올해 25세로 직접 국정을 운영하기에는 너무 연소하고 경험과 경력도 일천하며, 생모인 고영희씨의 이른 사망으로 인해 북한 권력층에 정치적 기반도 매우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그가 직접 국정을 관장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걸려, 후계자 수업과정에선 후견인과 후견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장성택 부장의 앞으로 역할이 주목된다.

최근 북한군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 자리가 동시에 ‘장성택 라인’인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영호 전 평양방어사령관으로 교체된 것이나, 체육지도위원장에 있다 좌천됐던 ‘장성택 사람’인 박명철이 국방위 참사라는 요직에 복귀한 것은 ‘후견인 장성택’이 `김정운 후계체제 구축’이라는 명분하에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장의 측근들이 권력의 핵심에 빠르게 전면 포진되고 있는 내막에는 김 위원장을 보좌해 국정 전반을 운영하고 있는 장 부장이 군부를 중심으로 권력기구 전반에 자신의 사람들을 전진배치해 후계체제 구축 과정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섭정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

소식통들은 “정운의 나이나, 경력을 감안할 때 장 부장은 그의 정치적 후견인으로 향후 최소 10년간 정운이 후계자로 확고히 자리를 굳힐 때까지 후계수업을 총괄하면서 사실상 섭정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 부장이 정남 대신 정운을 천거한 것은 “정운이 성격, 외모 등 모든 면에서 김 위원장을 빼닮아 사랑을 독차지해왔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선호를 맞추기에도 적절한 후보자였다”고 정보소식통들은 말했다.

정보 소식통들은 “장 부장은 `정운 카드’가 김 위원장의 마음에 들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나이가 적지 않은 정남이 후계자가 되는 경우, 낙점되는 순간 국정을 장악해 자신은 후계자 다음으로 권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점도 장 부장은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 부장이 김 위원장에게 후계자를 조기 지명토록 건의한 배경엔 김 위원장의 와병 이후 자신이 사실상 국정을 장악하고 있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자신이 향후 북한의 통치자 후보중 한명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이미 ‘분파’ 죄목으로 쫓겨났던 경험이 있는 장 부장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변덕’이 발동할 가능성을 늘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장 부장으로선 자칫 김 위원장의 권력을 노리는 인물로 낙인 찍혀 또 다시 좌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김 위원장의 신뢰를 유지하고 국제사회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후계자를 제청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성택-김정남 관계는 = 북한의 고위층들은 장성택 부장이 추천한 후계자가 자신과 각별한 관계인 정남 대신 불편한 관계이던 정운이라는 점에 적잖이 놀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정운의 생모인 고영희씨는 생전에 자신의 친아들인 김정철과 정운중 한명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데 최대 걸림돌을 장남 정남과 그의 후견인격인 장 부장이라고 여기고 이들을 견제하는 데 안간힘을 썼었다.

이 때문에, 작년 8월 이후 장 부장이 북한 국정을 주도하고 영향력이 급상승하면서 북한 고위층들 사이에선 장 부장과 가까운 장남 정남의 행보를 각별히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장성택 부장이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정운을 후계자로 강력 추천, 후계구도를 만들어가고 있으나 장 부장과 정남간 관계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남은 평소 권력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왔고 특히 세습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장 부장의 선택을 유감스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남이 지난달 24일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후계구도 문제는 아버지만이 결정할 문제”라며 자신은 여기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후계자로 지정된 정운으로부터 정치적.물리적 위해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도 정남으로선 장 부장의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운은 생모의 영향으로 이복형 정남을 최고의 정적으로 여겼고, 생모가 사망한 직후엔 자신의 후계자 입지가 우려되자 2004년 11월 노동당 작전부 공작원들을 동원, 비록 실패하긴 했으나 오스트리아에서 정남에 대한 암살을 기도하기도 했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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