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기억류하던 日人 석방 이유는?

북한이 13일 마약밀수 혐의로 2003년 10월부터 5년 넘게 억류해온 일본인 사와다 요시아키씨를 전격 석방해 출국토록 함으로써 그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2003년 사와다씨의 체포 사실을 발표하면서 “우리 사람을 돈으로 유혹해 제3국에서 마약을 입수케 한 다음 만경봉-92호를 이용해 일본으로 밀수하려 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고, 북한의 이 발표 직후 일본 언론들도 사와다씨가 야쿠자 조직원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 역시 2003년 10월 그의 송환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뒤 더 이상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뤄 사와다씨의 마약 범죄 혐의가 짙은데, 북한이 북일관계가 최악인 현재의 상황에서 왜 사와다씨를 석방했는지가 관심사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는 사와다씨의 건강 상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석방 사실을 보도하면서 사와다씨의 “귀국 희망과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여 관대하게 처분했다”고 강조해 사와다씨의 건강이 좋지 않음을 시사했다.

사와다씨가 억류중인 북한에서 만약 건강문제로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북한으로선 각종 추측 제기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사와다씨가 건강이상으로 북한에서 변고를 당했을 때 국제사회에서 생겨날 수 있는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는 20일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반인권 국가’라는 오명을 희석하고 국제사회에서 이미지를 개선해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풀이도 있다.

특히 일본과 납치문제로 외교적 마찰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앙통신은 이번 석방이 “인도주의적 조치”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우리 공화국의 해당기관에서는 그를 인도주의적으로 대해 주었으며 관대하게 처분했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낙인찍힌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정상국가로 진입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현재 북일관계가 매우 악화돼 있지만, 북한이 이번 석방 조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일관계를 풀어가는 디딤돌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본에서 아소 다로 총리 내각이 지지율 1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오는 4월께 총선거가 실시되면 자민당 독주체제가 막을 내리고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인 만큼 미리 북일관계가 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사와다씨 사건은 북한 국적자가 아니라 일본인이 몰래 북한의 ‘만경봉-92’호를 이용해 마약을 밀수하려 했던 것인 만큼, 이 사건을 내세워 일본 정부의 대북제재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에 대한 수사압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려는 목적도 감지된다.

중앙통신이 “해당기관의 조사 결과 일본의 모략 단체가 혐의자를 이용하여 ‘만경봉-92’호를 마약 밀수선으로 매도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공화국과 총련을 악랄하게 모해하려던 비열한 음모의 진상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납치문제 등 북일간 현안에서 수세적이었던 북한이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일본이 취한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하려고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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