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군님도 줴기밥, 추석 간소히 치르라”

북한 당국이 추석 명절을 간소하게 치르라는 지시를 당(黨)조직을 통해 주민들에게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각급 도당에 이 같은 내용의 지시를 내리면서 연이은 폭우와 태풍 피해로 농사 작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고 내부 소식통들이 1일 전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달 28일 경 열린 도당 회의에서 ‘추석을 간소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며 “회의에 참석했던 동당 비서들이 이 같은 포치를 알리기 위해 인민반회의를 소집했다”고 말했다.


양강도 소식통도 “30일 ‘사회주의 생활문화에 맞게 민속명절을 우리식대로’라는 제목으로 인민반회의가 열렸다”며 “회의에선 추석 상차림을 간소하게 하면서도 조상들에게 도리를 다했다는 어느 기업소 책임자의 예를 들면서 ‘나라의 살림살이도 어려운데 우리식대로 간단하게 하라’고 강조했다”고 이 같은 포치에 대해 확인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선중앙TV도 최근 ‘추석상을 간소하게 차리는 것이 강성대국으로 향하기 위한 인민들의 도리’라는 내용의 방송에서 “요란한 추석상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지 않게 낭비하는 비사회주의 현상, 겸손한 생활방식이 아니다”고 선전했다.


중앙TV는 뉴스가 끝난 후 시작되는 선전 시간에 이 같은 내용을 방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은 “인민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 장군님께서 줴기밥으로 끼니를 에우시며 현지지도를 다니신다”는 점도 강조하면서 추석을 간소하게 치를 것을 선동했다고 한다.


이 같은 당국의 포치에 당 간부들과 일반 주민들 모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간부들의 경우엔 추석 상차림을 통해 자신의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포치로 불가능하게 되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치에도 불구하고 추석 준비를 과하게 할 경우 사상 비판대에 오르게 된다.


일반 주민들은 ‘추석만은 잘 보내자’는 생각으로 지냈는데 이 같은 포치가 내려지자 “추석 상차림도 눈치를 봐야 하냐” “인민반회의까지 하면서 추석 준비를 간섭하냐” 등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북 소식통은 “추석 간소화를 간부들이 앞장서라는 지시에 당 간부들의 반발이 나타나고 있고, 이 같은 지시를 전달받은 주민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사람들은 ‘이번 추석은 눈치를 보며 상을 차려야 되겠다, 농사가 안 되었다고 조상에게 인사도 맘 놓고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날강도법이다’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며 “국가에서 주지 못하면 방해라도 하지 말아야지 이런 법이 어데 있는가라고 불평을 부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양강도 소식통도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지시다. 언제는 농사가 잘 되었느냐.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무엇이냐. 추석을 간소화 한다고 강성대국이 빨리 되는가’ 등 정부 지시를 노골적으로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민반회의를 마치고 나온 주민들은 ‘말린다고 안하는 게 아니라 잘 차릴 돈이 없어 못한다’는 식으로 한마디씩 하면서 회의 내용을 비난했다”고 ‘추석 간소화’ 지시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한편 소식통들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쌀을 비롯해 과일, 돼지고기, 기름(식용유) 등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또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미리 과일, 생선 등을 준비한 주민들은 보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