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해소동’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참, 이상한 일이다. 북한 외무성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말’로써 발표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필요가 있으면 핵실험을 하겠다느니 마느니 군말 말고 그냥 실험을 하면 된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이 된 나라치고 사전에 핵실험 하겠다고 ‘말’부터 앞세운 예는 없다. 어느날 갑자기 핵실험하고 핵보유국이 되었다. 그런데 북한의 대외관계 주무 부서인 외무성이 직접 나서서 “우리는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왜 그럴까.

이는 한마디로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살소동을 벌이는 사람이 ‘나 진짜로 자살할지 모르니 제발 나 좀 봐달라’는 것이다.

북한은 94년 미-북간 제네바 협상 당시 이미 핵무기의 기술적 테스트를 목적으로 한 핵실험 준비는 완료된 상태였다. 당시 중앙당 군수공업부(담당비서 전병호)가 ‘지하 핵실험 준비완료’ 보고서까지 올렸으나 그때는 미국과의 협상이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김정일이 보류하라는 지시를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에게 내렸다는 것이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의 일관된 증언이다.

따라서 이번 외무성의 ‘말 협박’은 핵무기의 기술적인 테스트와는 무관한, 오로지 정치외교적 목적의 ‘자해소동’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핵실험 한다’고 동네방네 시끄럽게 떠들 이유가 하등 없는 것이다.

속이 빤히 보이는 외무성 성명

또 외무성이 핵실험을 하겠다며 ‘천명’한 몇 가지 ‘옵션’을 보면 우스운 구석이 한 두 군데 더 있다.

첫번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과학연구 부문에서는 앞으로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시험을 하게 된다”고 밝힌 점이다. 북한당국은 아마도 ‘우리가 미국 때문에 불가피하게 IAEA를 탈퇴했지만 핵안전협정을 지키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웃기는 일이다. 자살소동을 벌이는 작자가 주변사람의 ‘안전’까지 걱정해준다는 게 말이 되는가.

또 한편으론, 핵실험의 여파로 방사능 유출을 우려하는 중국과 남한에게 ‘당신들 나라는 괜찮을 것이니 걱정말라’며 얼르고 엿먹이는 발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말하자면 6자회담 관련국 중에서 북한이 ‘우방국’으로 여기는 두 나라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우리 핵실험은 안전하니까 걱정말라’는, 눈에 빤히 보이는 어린애 수준의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절대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발언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핵개발을 해오면서 핵무기 불사용과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말이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이미 남북간 한반도비핵화 선언을 통해 합의한 사안이다. 다만 북한이 이를 ‘미국이 한반도에서 완전 손 떼기’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자동 완료된다. 3년 동안 끌어온 6자회담이 바로 북한 핵을 폐기하고 한반도비핵화를 실현하자는 회담 아닌가.

그렇다면 외무성 성명의 두 번째 헛소리는 무엇을 겨냥한 것일까. 한마디로 ‘같은 민족끼리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테니 안심하고, 그저 미국만 퇴치하면 된다’며 남한을 얼르고 뺨 때리는 것이다.

북한 핵이 겨냥하는 1차 인질은 어디까지나 남한이다. 2차 인질이 일본이다. 북한이 먼저 미국을 핵공격할 수 있다는 말은 자던 소도 웃을 일이다. 게다가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고, 미-일이 합의할 경우 3개월~6개월이면 핵보유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고정 인질’이라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일본이 핵무장을 위해 ‘우리는 북핵 인질로 잡혀있다’며 비명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남한은 한반도비핵화에 따라 이미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철수했기 때문에 만약 한미 군사동맹이 완전히 파탄날 경우 고스란히 북핵 인질로 잡히게 되어 있다.

김정일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절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미국이 손을 뗄 경우 남한을 절대로 핵인질로 잡아 놓겠으며 먼저 핵공격도 할 수 있다’는 김정일식 협박이나 다름 없다.

지금 김정일이 가진 것이라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밖에 없다. 따라서 어떡하든 핵을 이용하여 독재정권을 유지하면서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러나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만만한 건 남한뿐이다. 노무현 정권은 아직도 ‘우리민족끼리’ 대화하고 협상하면 일이 잘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몽상이 남아 있다. 김정일은 이런 남한을 상대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풀도록 하지 않으면 핵실험이라도 해서 남한내 자본이탈을 가속화 시켜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 이번 외무성 성명의 핵심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고 해서 핵보유국인 중국의 안보가 위협받고 중국내 외자가 이탈할 일은 없다. 결국 이번 성명은 남한을 겨냥한 것이며 큰 틀에서는 한미동맹 파괴를, 가깝게는 미국이 경제제재를 해제하도록 남한이 ‘맹활약’ 하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다만 그 협박 수준이 너무 치졸하고 속이 빤히 들여다보여 쓴웃음이 나올 뿐이다.

동북아 평화구축은 김정일 정권 교체뿐

그렇다면 김정일의 저질 협박을 어떻게 요리하면 좋은가.

첫째, 유엔안보리가 합의한 대북제재를 가속화하여 김정일 정권에게 6자회담에 나와서 9.19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든가, 아니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계속 받으며 그냥 앉아서 정권 고사(枯死)로 가든가, 양자택일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번 외무성 성명으로 국제사회를 협박하는 것 자체가 지금 수준의 경제제재는 김정일 정권에게 아직도 덜 괴롭다는 의미다. 따라서 훨씬 더 괴롭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특히 한국과 중국이 미국에게 금융제재를 완화하도록 요구하면서 김정일 정권에게 ‘부디 6자회담에 돌아오시도록 선처를 바랍니다’ 식의 미봉책으로 나가면,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이같은 협박이 계속될 뿐이다. 또 설사 북한이 일시적으로 회담에 돌아와도 또 튀어나가게 되어 있다.

둘째, 북한이 스스로 회담에 돌아올 때까지 6자회담에서 북한을 배제하고, 북한의 핵실험과 예상되는 도발에 대비한 정례회담을 계속하는 것이다(외무성 성명의 톤으로 볼 때 이른 기간 내 핵실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5자회담도 좋고 더 확대된 회담도 괜찮다.

여기에는 경제제재뿐 아니라 다양한 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 알리고 실제 외교적, 평화적 방법을 통해 김정일 정권을 압박하면서 9.19 성명이행→국제사회 지원→개혁개방으로 가는 길과, 핵실험→식물정권으로 고사(枯死)→北정권 강제교체의 길 중 하나를 택하라고 통첩을 보내는 것이다.

셋째, 그래도 김정일 정권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국제사회는 강력한 대북 봉쇄→내부 민주화 유도→김정일 정권 교체→ 김정일 이후 대비 한반도평화회담의 길로 가는 것이 옳은 수순이다.

지금까지 6자회담이 실패를 거듭해온 근본이유는 6자회담의 목표가 ‘북한 핵’에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북한 핵의 평화적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이 거꾸로 북한의 핵실험까지 내다보게 되는 본말전도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는 결과론적이지만 목표를 잘못 잡았기 때문이다. 북한 핵과 김정일 정권은 운명공동체다. 김정일 정권이 수명을 다하지 않는 한 핵문제는 계속 불거지게 되어 있다. 김정일의 살길이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이 개혁개방 정부로 바뀌게 되면 핵문제뿐 아니라 탈북자 문제, 인권문제, 북한주민의 먹고사는 문제 등등 모든 북한문제 전반이 풀려가게 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북핵문제에서 ‘북한문제’로 회담의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김정일 정권의 개혁개방 정부로의 교체와 실질적인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경로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가 더욱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데일리NK에서 누차 지적했지만,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적법한 경제재제와 이를 안 풀어주면 핵실험도 하겠다는 ‘장군님’의 땡깡 사이에는 접점이 없다.

결국 해결 방법은 김정일 정권을 평화롭게 교체해주는 길 뿐이다. 국제사회는 지금부터 목표를 재설정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길만이 동북아 평화를 구축하고 북한주민들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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