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체 경수로’ 카드로 `HEU개발’ 위협

북한이 14일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에 대응해 내놓은 외무성 성명에서 “자체의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언급한 것은 곧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개발’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풀이다.

이는 성명에 포함된 어떤 강수보다 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를 당혹스럽게 할 사안인 동시에 앞으로 북한이 핵협상에 다시 나설 때 ‘판돈’을 엄청나게 키우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미국의 민주당은 야당시절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의 플루토늄 핵무기고를 늘리는 결과만 낳았다고 비판했으나, 사태 발전에 따라선 오바마 행정부가 야당인 공화당으로부터 북한의 핵능력을 키우는 결과만 빚었다는 비판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HEU프로그램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의 실책중 하나로 주장해온 것이다.

북한 외무성 성명은 “우리의 주체적인 핵동력 공업구조를 완비하기 위하여 자체의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경수로 건설과 가동에 필요한 주기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가했다.

이에 대해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북한이 경수로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갖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언급은 우라늄 농축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경수로 가동에는 연료봉에 필요한 저농축우라늄 기술이 갖춰져야만 하므로 북한이 공개적이고 본격적으로 농축기술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경수로 원자로에는 저농축우라늄이 들어가는데 북한이 `핵동력 공업구조의 완비’를 언급한 만큼 사실상 우라늄 농축에 대한 입장을 천명한 것”이라며 “결국 이란식으로 갈 것이라는 선언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나탄즈 핵시설의 원심분리기를 통해 1천10kg의 저농축우라늄(LEU)을 확보했다.

이란은 이것이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 등 서방측은 엄청난 원유 매장량을 가진 이란이 핵무기 개발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원자력발전소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저농축우라늄 1천10kg은 HEU 전환을 통해 원자폭탄 1기를 만드는 데 충분한 양이라는 것.

북한도 이런 점을 의식, 경수로 자체건설 “적극 검토”라는 카드로 미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최대한 높인 셈이다.

이 카드는 앞으로 다자회담이든 북미간 양자협상이든 북한의 핵문제에 관한 협상이 재개될 때 북한이 핵포기의 대가로 요구할 판돈을 키우는 것은 물론 대가를 지급받을 시기도 크게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2005년 6자회담에서 체결된 ‘9.19공동성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였고, 적절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관한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데 동의하였다”고 명시했다.

이 회담 직후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에게 신뢰조성의 기초로 되는 경수로를 제공하는 즉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담보협정을 체결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크리스토퍼 힐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는 “적절한 시기라는 것은 북한이 NPT에 복귀하고 IAEA의 안전조치를 이행할 때”라고 반박했었다.

북한은 ‘선(先) 경수로 제공-후(後) 핵무기 포기’, 미국은 ‘선(先) 핵포기-후(後) 경수로 제공 논의’라는 상반된 입장이다.

북한은 이번 성명을 계기로 흑연감속로와 플루토늄의 핵무기고와 경수로와 사실상 농축우라늄 핵무기고를 다 갖추려 한다고 공언함으로써 앞으로 북핵문제 구조를 종래보다 훨씬 까다로운 이중구조로 만든 셈이다.

북한은 경수로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초장부터 올려놓고 ‘주체적인 핵동력 공업구조 완비’를 포기하는 대가로 경수로 건설 지원을 앞당기거나 2005년 제기됐던 ‘중대제안’에 따른 전력 200만㎾의 송전 등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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