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주권 논리로 인권유린 정당화 할 수 없다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통영의 딸 구출운동’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북한 인권에 관한 관심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7년 전에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고 UN은 2005년부터 매년 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여태 북한인권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채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현실에서 출발한다. 북한의 인권 개념은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왜 그것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로크(John Locke)를 비롯한 자유주의 정치사상가들의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인권 개념은 보편적 개념을 뜻한다. 그 출발점은 ‘인간의 존엄성’이다. 인간 존엄성의 근거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생명에 대해 독특한 규정을 내리며 보편적 인권을 부정하고 그들 식의 인권을 옹호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이 같은 근거의 논리적 기반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생명에 대한 이분법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 논의에 따르면 사람들에게는 생명유기체로 살며 활동하는 육체적 생명과 사회적 존재로 살며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정치적 생명이 있다. 이 양자 중에 “보다 중요한 생명은 정치적 생명”이라는 것이다. 김정일에 따르면, 개인의 육체적 생명은 끝나도 그가 지닌 사회정치적 생명은 사회정치적 생명체와 더불어 영생하게 된다.


사회정치적 생명체에서 수령은 그 생명의 중심이다. 혁명의 주체로서의 사회정치적 집단의 생명 중심은 집단의 최고 수뇌인 수령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에서 개인의 육체적 생명은 혁명완수를 위한 도구적 의미로 전락하게 되고 인권 개념 역시 수령과 혁명의 하위 개념으로 그 위상이 격하된다. 이 같은 내용은 고(故) 양호민 교수에 의해서도 지지되고 있다.


양호민 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자유와 인권 개념에 대한 해석은 당이 독점하고 있다. 지도자와 대중은 사회정치적 유기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오로지 지도자에게 한없는 충성을 바칠 때에만 혁명이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선전 선동으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김정일은 “노동계급을 비롯한 인민대중은 당과 수령의 올바른 령도를 받아야만 자연과 사회를 개조하는 심각하고 복잡한 혁명투쟁을 힘있게 벌려 민족해방, 계급해방을 이룩하고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회를 성과적으로 건설할 수 있으며 그를 옳게 운영하여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언급은 공산주의 사회의 효율적 건설을 위해서는 인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당과 수령에 위임해야 한다는 점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당과 수령의 우선적 고려에 따라 유보된다는 논리적 귀결에 이르게 된다.


북한의 인권 개념은 소위 ‘우리식’ 인권이라는 특수한 논리로 표출된다. 북한에서는 ‘우리식 인권기준’에 따라 인권이 잘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인권을 잘 보장해 나가면서 ‘서방식’ 인권을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 인권 개념은 보편성과는 다른 차별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우리식 인권이 지니는 차별성은 그 기준이 설득력을 결여하고 있다. 서구식 ‘보편적’ 인권과 차별성을 지닌다는 ‘자주성’ 기준 자체가 임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인권은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면서 “외세의 지배를 받는 나라 인민들에게는 결코 인권이 보장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은 인권을 국가 주권의 하위개념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적극적인 국가 주권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영토 국가 내부에서 이뤄지는 권리의 침해를 보호해줘야 하지만 북한에서는 국가 주권이라는 울타리를 높이 쌓아놓고 그 안에서 주민들의 인권을 자의적으로 유린하고 있다.


‘2011 국제엠네스티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에서는 수 십 명이 공개처형을 당하는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철학자 보비오(Norberto Bobbio)는 합법적인 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에 사람들을 복종시킬 수 있는 지배자들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는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나 지배자들은 이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에 의해 있을 법한 기본권의 침해까지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강조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물론 개인의 생명보다 체제의 안위를 우선시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국가의 자주권을 인권의 선험적 조건(priori condition)으로 내세움으로써 인권을 국가의 틀 내에서만 향유되는 부차적인 권리로 격하시키는 자의적 규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이 인간이기 때문에 지니는 보편적 권리라고 할 때, 그리고 북한도 UN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UN 헌장에 명기돼 있는 인권 존중의 원칙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은 상식의 영역에 속한다.


비단 ‘통영의 딸들’로 상징되는 신숙자 씨 모녀의 경우에만 국한되랴. 정치범 수용소에서, 각종 강제노동 현장에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북한 체제 그 자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탄압받는 북한주민 모두의 인권 개선을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 온 국민이 적극 동참하고 국회도 하루빨리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북 풍선 날리기, 대북 방송 등과 같은 이벤트의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북한주민들에게 인권과 자유의 의미를 전파하여 그들 스스로 불법적인 폭력에 저항하고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북한주민들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며 우리들이 보듬어야 할 이웃이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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