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력갱생’도 진화중

“21세기의 자력갱생은 맨 주먹에 의존하던 과거 자력갱생의 성격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력갱생을 노동당의 영원한 ‘경제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 당국이 최근 21세기의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자력갱생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 높이 들고 나가자!’ 제목의 사설에서 “세계 속에 조선이 있다”며 “우리가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은 결코 국제경제 관계를 무시한 채 경제건설을 다그치자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자력갱생의 성격도 과거 부족하거나 없는 것에 대해 낡은 기술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무조건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됐던 데서 이제는 ‘현대적 과학기술’과 ‘실리’에 기초한 자력갱생으로 변해야 한다고 노동신문은 강조했다.

“맨주먹을 가지고 생산과 건설을 다그치던 시기는 지나갔다. 자체의 힘으로 한다고 하면서 낡은 기술, 낡은 방법을 답습하고 경험주의에 매달려 현대 과학기술을 무시하는 것은 오늘의 자력갱생과 인연이 없다”

노동신문은 “과학기술을 외면하고 과학에 의거하지 않는 것은 혁명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며 “세계적인 첨단기술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적극 활용하면 그것이 자력갱생”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 전략에서, 과학기술 인재 육성.발굴.동원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노동신문은 꼽았다.

노동신문은 특히 “자력갱생에서는 실리가 기본”이라는 최신 명제도 제시했다.

“우리 당이 내세운 21세기의 자력갱생은 실리에 기초한 자력갱생”이며 “인민들이 덕을 보지 못하고 국가에 이익을 주지 못하는 경제사업은 아무러한 의의도 없다”는 것.

노동신문은 실리주의가 어느 개별적 단위의 이득이 아닌 전사회적, 전국가적 차원의 실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은 자력갱생의 의미를 이렇게 새롭게 규정하면서도 “우리식 사회주의를 끝까지 빛내이자면 이(자력갱생) 노선, 이 정신에서 한치도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며 ‘체제 고수’를 분명히 했다.

신문은 “화는 외세의존에서 오고 복은 자력갱생에서 온다”며 “앞으로 어떤 바람이 분다고 해도 우리 경제관리 분야에서 사회주의적인 것과 인연이 없는 그 어떤 사소한 요소도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경제분야는 자본주의적인 요소가 발붙이기 쉬운 분야”이고 “제 힘으로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의지가 없으면 이색적인 비사회주의적 요소가 들어오게 되고 사회주의의 물질적 기초가 흔들리게 된다”고 신문은 거듭 강조했다.

과거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도 자력갱생의 원칙에서 후퇴해 손쉬운 방법으로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다 보니 결국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자본주의적 경제관리 방법”에 매달렸고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

이같은 주장은 “앞으로 어떤 바람이” 불어 북한이 일련의 시장경제적인 정책을 펴더라도 체제유지라는 범위를 결코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체제 고수에 위협이 되는 경제 사안에 대해서는 자력갱생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게 “베트남의 20년간에 걸친 도이머이(혁신) 정책의 성취”를 높이 평가하고 김영일 내각 총리가 베트남을 방문해 산업시설을 시찰하는 등 개혁.개방 언행을 보이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기대치에 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동신문은 “사회주의는 곧 자력갱생”이라며 신세대도 “혁명 선배”들이 고수해온 자력갱생의 정신과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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