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가용 야간통행 금지’, 에너지난 심각

▲ 평양에서도 자동차는 드물다 <사진:연합>

일본 도쿄신문은 16일자 보도를 통해 “북한 당국이 지난 1월부터 자가용 승용차의 야간통행을 전국적으로 금지시켰다”고 전했다. 저녁 8시부터 아침 6시까지 자가용 승용차의 통행이 금지된다는 것이다. 이 시간이면 일반 사회에서는 자동차 통행이 빈번할 시간인데, 지나친 사생활침해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를 비롯해 북한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이 기사를 보고 “북한에도 자가용 자동차가 있는가?” 하는 의문부터 제기하게 된다.

자가용도 김정일이 허락하는 사람만이 탈 수 있어

자유롭고 풍족한 물질문화를 누리려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다. 자기 집을 갖고, 자기 차를 폼 나게 몰고 다니면서 자유로운 삶을 즐기려는 것은 현대인들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기본 행복지수다.

남한에서는 사람들의 이런 바람이 오래 전부터 실현되어 ‘좀 더’ 좋은 집, ‘좀 더’ 좋은 자동차 하는 식으로 이제는 ‘웰빙’까지 외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원초적인 식량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자가용 승용차’는 상상 속에서도 그려지지 않는 일이다.

북한에서는 사적 소유에 대한 엄격한 규제 때문에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자동차는 철저하게 국가의 공동재산으로 되어있다. 승용차든 화물차든 모두 국가의 관리 하에 두고 이용을 통제한다.

북한에서 ‘216’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김정일의 생일을 의미한다. 자동차 번호판에 ‘216’이 붙어있다면 그것은 김정일이 선물하였거나 김정일과 관련한 차량이다.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정도가 되면 216 벤츠 승용차가 공급된다.

김정일이 친히 선물한 차량은 그 차를 배정받은 사람 이외에 그 누구도 탈 수 없다. 심지어는 가족도 탈 수 없게 한다. 그래서 김정일의 비밀파티에 초대받은 사람은 김정일이 선물한 차를 직접 몰고 파티장에 가게 되는데, 새벽에 술이 떡이 되어 집으로 되돌아가다 변을 당한 사람도 많다(이한영, 후지모토겐지, 황장엽 등의 증언). 216 차량은 해임되거나 직장을 그만두면 다시 반환해야 한다.

국가 승용차를 자기 것처럼 이용하는 간부들

북한에는 또한 중앙당이나, 정권기관에 ‘대기용 승용차’라는 것이 있다. 줄여서 ‘대기용’이라고 하는데, 해당부서에 대기하고 있다가 그 기관 일꾼들이 회의나 시찰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이용하게 된다. 그래서 간부가 되는 것을 가장 큰 소원으로 여긴다. 간부가 되면 권력이 주어지고, 승용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나 트럭이 아니고 승용차를 탄다는 것 – 이것은 북한에서 출세의 징표이다.

1992년에 김정일이 전국적으로 ‘승용차 이용질서를 엄격히 세울 데 대하여’라는 방침을 내려 보내 전국적으로 된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소문으로 돌았던 사연인즉 김정일이 정무원 총리를 불렀는데 세 시간이 지나서야 왔다고 한다. 당시 정무원 총리는 연형묵(현재 자강도당 책임비서, 국방위원)으로 추측된다.

총리는 김정일에게 호되게 욕을 먹었고, 총리는 김정일에게 “현재 간부들이 사업용 승용차를 자기 차처럼 무질서하게 타고 다닌다. 오늘도 정무원 당 책임비서가 총리 차를 타고 나갔기 때문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느라 늦었다”고 보고했다.

김정일은 즉각 중앙당 검열조를 조직하여 평양시내 당, 중앙기관에 내려가 승용차 이용상황에 대해 알아볼 것을 지시했다. 사복한 검열조는 외화벌이기관, 외화상점, 무역기관 등에 나가 카메라로 승용차 주차시간과 차량번호를 찍어 김정일에게 바쳤다.

놀랍게도 걸려든 것은 대부분이 01~09번호를 단 ‘중앙당 대기차’들이었다. 그들은 업무와는 상관없이 외화상점이나, 외화식당 같은 데서 보통 3~5시간씩 차를 세워두고 쇼핑도 하고 먹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모두 중앙당 간부의 부인들이었다. 그들은 낮에 남편이 직장에 나간 다음 운전수를 전화로 불러, 북한말로 ‘왼딴’(업무와 관계없는 일)을 보는 것이었다.

그 후 김정일은 전국적으로 승용차 이용시간을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정해놓고 특히 용도 위반 차량, 탑승 자격이 없는 사람이 타는 경우에는 승용차를 회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방침은 한 1년간 집행되다가 흐지부지되었다.

이번에 북한이 내린 규정은 또다시 무질서해진 승용차 이용 질서를 바로 잡아보자는 의도로 보인다.

돈만 바친다면 무엇이든 안 될까

북한에서 자가용 승용차를 갖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일본에 있는 조총련계 연고자, 화교, 그리고 해외에서 북한으로 돈을 기부하는 특권층들이 정부의 승인 하에 승용차를 가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미화 10만 불을 기부하는 사람에게 평양시 거주권을 주고, 100만 불을 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노력영웅’ 칭호를 주며 자동차 소유 허가 등 각종 대우를 해주고 있다.

김정일로부터 직접 받은 ‘선물차’ 대상자들도 있다. 예를 들어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나 마라톤 선수 정성옥, 유도선수 계순희, 영화배우 최창수 등은 김정일에게서 받은 차를 가지고 있다. 한때 그들은 출퇴근용으로 차를 타고 이용하다가 원유값이 계속 오르자 ‘나라의 휘발유 사정이 긴박하니 걸어 다니겠다’며 버스를 타고 다녔다고 북한 당국이 선전한다.

이상의 사람들 이외에는 북한에서 개인적으로 차를 가지고 있을 수 없다. 재산상 능력이 되는 사람들도 차를 가질 수 없다. 차를 살 만한 능력이 되더라도 수입과 지출의 밸런스(balance)를 맞추어 보기 때문에 법망에 걸려들기 쉽다. 북한 사람의 일반 수입으로 차를 산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천문학적 숫자이기 때문이다. 만약 차를 샀다고 하면 그 돈을 어디서 나서 구매했는가부터 따진다.

좋은 차를 선호하는 것은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차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외화벌이기관 사람들인데 외제차를 버젓이 몰고 다닌다. 북한은 법이 강한 것 같지만 상당히 구멍이 많다. 먼저 권력기관에 돈을 먹여 돈의 출처를 알아보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어떤 기관이나 공장에 자동차를 등록시켜놓고 자기 차처럼 몰고 다닌다.

이따금씩 당비서나 지배인을 태워주고, 자기는 출근도 하지 않고 장사를 한다. 정기적으로 세금 형식으로 돈을 상납하면서 ‘부업근로자’로 공장종업원의 자격을 유지하고, 자기 마음대로 장사도 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자가용 제한 조치의 속사정은 에너지난

현재 북한은 심각한 에너지난에 봉착되어 있다. 2000년도에 휘발유 1킬로그램(북한에서는 기름매매 시 kg을 단위로 하고 있다)이 70~100원이었던 것이 7.1일 경제개선조치 이후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생겨나 2005년에는 700~1,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노동자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돈이다. 결국 북한에서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은 길바닥에 돈을 뿌리며 다니는 것과 같다. 이번 자가용 승용차 이용제한조치는 극심한 에너지난과 관련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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