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단 대외 강경책은 체제 보위를 위한 방어적 ‘허장성세(虛張聲勢)’라고 북한 출신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현성일 수석연구위원은 29일 (사)NK지식인연대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이 아무리 통치자 1인의 안위와 영구집권을 위해 전 국민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수령절대주의체제라고 해도 최근 보이고 있는 행동은 더 이상 국가 정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합리성과 이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 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북한의 대외적 허장성세도 따지고 보면 그만큼 내부가 불안하고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북한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것도 결국 국제사회가 인권·민주화와 같은 북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략하지 못하도록 방패막이를 형성하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강경책의 주요 배경에는 대외관계와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악화시킴으로써 내부의 불만과 동요를 외부위협으로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며 “이러한 견지에서 ‘순조로운 후계체제 안착’이라는 초미의 정치적 과제에 직면한 북한이 체제 종말을 의미하는 전면전이나 확전을 초래할 수 있는 국지전을 도발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 연구위원은 “북한의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군부와 권력층의 사고방식 역시 강경정책 남발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8월 가시화된 김정일의 건강 악화는 대내외 정세 악화와 함께 북한 권력층에게 장래 운명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과 위기감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일과의 운명공동체 의식에 깊이 함몰되어 있는 김정일 측근들과 핵심 권력 엘리트들은 김정일 건강악화와 유고가 수령 1인 지배체제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때문에 이들은 김정일 이후에도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도로 후계구축과 핵보유라는 두 가지 문제를 조속한 시일 안에 완료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 연구위원은 또 북한의 강경일변도 정책은 김정일의 와병 이후 정책 과정을 주도하고 있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군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호전적 정책 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김정일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도 그의 정상적 국가운영상을 과시할 수 있는 편법으로서 최측근인 장성택을 통한 업무 대행 체제를 가동시켜 왔다”며 “말하자면 각 분야에서 제출된 보고서에 대한 결재권을 장성택에게 위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성택은 대부분의 사안들은 기존 방침에 준하여 처리할 수 있지만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김정일의 의도와 핵심권력층과의 협의를 통해 처리한다고 한다”며 “이 과정에서 김정일은 과거와 달리 장성택의 보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만약 장성택이 김정일 이후 권력 장악에 대한 야심을 갖고 있다면 지금은 최대한 군부를 자기의 편으로 만들어야 할 시기”라며 “장성택이 군부의 견해와 입장을 적극 수용한다면 그에 대한 군부의 신뢰와 지지는 확고해질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