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임금·임대료 널뛰기 인상 요구 속내는?

북한이 11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현재의 약 4배인 월 300달러로, 토지임대료를 이미 납부한 금액의 31배 수준인 5억달러로 각각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남북이 오는 19일 추가회담 개최에 합의했기 때문에 협의·조정 가능성은 열려있다. 정부도 협의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위기다. 김영탁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 대표는 “(회담과정에서)북측의 개성공단 발전의지는 분명히 엿보였다”고 말했다.

재개될 회담에서 임금 인상 문제 등에서 큰 폭의 조정이 없다면 개성공단은 최악의 위기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는 “북한이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우선 토지임대료 문제부터 협의해 나가자고 제의한 만큼 협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부정적 전망을 경계했다.

이미 북한은 지난 5월15일 개성공단 관련 법·계약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추후 계약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에서 나가도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북측의 제안도 조정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측의 요구는 남측 기업들이 수용하기에도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 입주기업들은 북측의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지금보다 30%인상된 110달러 선을 수용 가능한 마지노선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도 150달러 안팎이 적정수준이라는 분위기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최저임금은 월 50달러에서 출발, 2차례 인상을 거쳐 현재 55.125달러로 규정돼 있다. 남북이 합의한 최저임금 기준 임금인상 상한선은 연간 5%다.

북측은 또 이미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납부한 공단 1단계 100만평의 토지임대료도 5억달러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아산과 토지공사 측은 2004년 4월13일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맺은 공단 1단계 100만평에 대한 토지 임대차 계약(50년간 사용)에 따라 임대료 1천600만달러를 이미 완납한 상태다.

5억 달러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1차 남북정상회담의 대가로 지불한 액수와 같은 금액이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현대아산이나 공기업인 토지공사가 지불할 수 없는 금액이다. 즉 정부차원에서 보조하지 않을 경우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개성공단은 지금 투자환경도 최악이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임박해 있어 ‘북한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또 북한이 대남 대결태세를 지속하면서 주문량 감소 등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계속할 경우 철수 도미노 현상도 예측되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폭의 임금인상과 임대료를 요구했다는 것은 개성공단에서 나가라는 얘기”라며 “북한은 그만두고 싶은 상황에서 중단 책임을 남측에 넘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 교수는 “체제결속과 후계체제 구축 등 내부문제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남북간 분위기를 경색시키려는 목적도 있다”며 “결국 북한은 개성공단을 경제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정치적으로 접근, 합리적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켠에서는 정부나 개별기업이 받아들일 수없는 수준의 임금·임대료 요구는 결국 북한이 일단 배팅을 크게 한 후 추후 협상과정에서 조금씩 양보하거나 개성공단 폐쇄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임금 4배 인상 요구가 나오자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지불할 수 있는 최대치에 대한 입장이 나오고 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크게 배팅해서 자신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 ‘닫을 수 있다’는 배수진을 친 다음 협의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제적 측면보다는 ‘우리는 300달러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그동안 양보했다’는 정치적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억류직원 문제 해결 요원할 듯 재판회부 수순?=북한에 억류된 지 74일째인 유모씨 문제도 사실상 개성 실무회담 채널을 통해선 해결이 요원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 측은 유씨 문제가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본질적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유씨 접견과 조기 석방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지난 4월21일 접촉 때와 비슷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북측은 유 씨에 대해 별탈없이 잘 있다고 전했다”며 “우리 측이 유씨에 대해 계속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이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민족경제협의회 소속 인물로 대표단을 통보했다는 것에 있어서도 유씨 문제가 직접적 논의 대상이 아님이 충분히 예상됐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유일한 당국 대화통로임을 감안해 회담에 임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도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유씨 문제에 총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재개될 회담에서도 북한은 개성공단 임금 등 자신들의 요구를 우선 일단락 한 후 유씨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간 접촉을 다시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과정 이후 북한은 유씨를 미국 여기자들과 마찬가지로 재판에 회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북한은 유씨를 ‘탈북책동’과 ‘체제비난’ 혐의로 체포, 조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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