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부지역서 고열환자도 격리시설 수용 안해… “약도 알아서”

소식통 "의사들 하루 2번 세대 방문해 증세만 확인...코로나 방역도 '자력갱생'"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에 대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분위기를 계속 고조시키자고 독려했다. 사진은 신의주시 은덕원에서 체온을 측정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일부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진자(의심환자)를 격리시설에 수용하지도 않고 제대로 된 치료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코로나 방역도 자력갱생이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지난 15일부터 회령시에서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의진자 격리와 약 공급이 중단됐다”면서 “이제는 고열 상태만 확인할 뿐 제대로 된 치료를 아예 포기한 모습이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코로나 코로나 의심자가 격리되는 격리시설은 총 9개로 황해도와 평안도, 함경북도, 함경남도, 양강도, 자강도, 강원도, 남포시, 라선(나선)시에 각각 1개의 시설이 있다.

다만 이곳에서도 격리 자체에 의미를 둘 뿐 진단이나 치료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지적이다. 새해부터는 이마저도 무너졌고, 코로나 사태도 일종의 ‘자력갱생’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일단 이달 중순부터 코로나 방역 사업을 위해 지역담당 의사들이 오전 9시 30분~10시, 오후 3시~5시 간격으로 하루 두 번 세대 방문을 한다. 이때 고열 상태를 점검 및 증상을 확인하면서 이를 지역병원과 방역소에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확인’ 수준에 그치고 만다. 고열을 호소하는 주민들을 격리시설에 보내지도 않고 자가 격리를 지시한다는 것이다. 특히 감기약과 파라세타몰(paracetamol, 해열진통제) 알약 복용에 관한 처방을 해주지만 약품 공급은 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관련 약값이 껑충뛰었다. 100원 하던 감기약이 600원, 80원 하던 파라세타몰이 최근엔 400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도 ‘반포기’ 방역 조치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뭘 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의사들이 가정방문을 하는가” “자체로 약 사 먹고 편하게 있게 놔둬라”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당 대회 이후 생활이 나아질 거라 기대했던 주민들은 코로나 치료마저 자력갱생하라는 요구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럴 거면 차라리 자체로 코로나 치료제를 구입해 맞을 수 있도록 국경이라도 열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 대회에서 제시한 대로 올해는 생계도 코로나 방역도 생계도 모두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면서 “그러나 한발 자욱도 움직이지 못하게 꽁꽁 묶어놓고 어떻게 자력갱생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7일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고 못박고 “환경의 변화에 관계없는 계획적·안정적 경제건설”을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