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반범죄 사형 가능한 ‘형법부칙’ 있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공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형법’ 외에 일반범죄에 대해 최고 사형에 이르는 ‘형법부칙’을 따로 두고 법적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면 ‘화폐위조죄’의 경우 형법에서는 정상(범죄의 사정)이 특히 무거운 경우에도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또는 무기교화형에 처한다’고 돼있지만 부칙에서는 ‘정상이 극히 무거운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고 따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2007년 이 부칙을 채택하고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아왔다.


이 부칙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형법부칙(일반범죄)’이란 제목이 붙었고 17개 조항에서는’극히 무거운 형태’로 죄질을 분류해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의 기존 형법은 반국가범죄와 반민족범죄 등에 대해서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2007년 12월 19일 정령 제2483호로 이 부칙을 채택했다. 정령은 북한 헌법상 최고주권기관인 최고인민회의 휴회 중 최고주권기관이 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발령하는 법규범의 한 형식이다.


부칙 1조는 ‘극히 무거운 형태의 전투기술자재, 군사시설을 고의적으로 파손한 행위에 대해서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 형법에는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무기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이 외에도 최고 사형죄에 이르는 범죄는 ‘극히 무거운 형태’의 범죄라는 전제 하에 국가재산약취, 국가재산 강도, 국가재산 파손, 화폐 위조, 고의적 중상해, 유괴, 강간, 개인재산 강도, 유색금속 밀수, 국가자원 밀수, 마약 밀수, 교화인 도주죄, 불량자 행위, 비법적인 영업, 성매매 알선이 해당된다. 


또한 부칙 제23조는 한 범죄자가 범한 여러 범죄행위의 정상이 특히 무겁거나 개준성(뉘우침이나 개선의 정도)이 없는 자는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1990년대 중반에 북한 사회 전역에서 진행된 ‘소나 식량 절도’ 등의 생활형 범죄자에 대한 공개처형이 대거 진행됐다. 당시 형법에서는 ‘사형’이라는 형벌 자체가 불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었지만, 부칙 제정 이후에는 법 절차 내에서 가능해졌다. 


그러나 부칙 23조에서 드러나듯이 범죄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정상이 무겁거나 개준성이 없는 자’에 대해 사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이 규정대로라면 모든 죄목에 적용이 가능해 죄형법정주의의 심각한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국민대 박정원 교수는 “북한법에는 부칙 조항이 거의 없는데 2007년 형법에 대해서 부칙 조항을 신설했다”면서 “우리 법체계와 비교하면 매우 특수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반국가범죄가 아닌 일반 범죄에 대해서도 사형이나 재산몰수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완한 것”이라며 “외부 세계의 정당한 법절차를 거치지 않는 처형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입국한 한 탈북자는 “2000년대 중반 김정숙군에서 전기선을 절도하다 사형을 당한 젊은 여성 혐의에 ‘부칙 49호’가 적용됐다는 판결문을 본 적이 있다”면서 “1990년대 중반 대아사기간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부칙을 제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2007년은 개정된 해일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