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수위의 잇단 ‘대북신호’ 어떻게 볼까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보내고 있는 잇단 ‘대북 신호’에 적잖이 당황하면서 앞으로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당선인이 언론 인터뷰와 신년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히는 대북 입장은 큰틀에선 남북대화와 협력을 지향하는 것들이다.

“북한 체제 보장”,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언제나 만날 수 있다”, “남북이 합의한 사업에 대해 타당성이나 재정의 부담성, 국민적 합의 등의 관점에서 서로 납득할 수 있는 합의사항을 이행해나갈 것”이라는 등의 입장이 그렇다.

그러나 인수위원회의 논의나 조치를 통해 나오는 구체적인 대북 신호는 북한 입장에선 부정적인 방향이고, 실제 북한은 일부 사안에 대해선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인수위는 한.미.일 3각 협력체제의 복원을 강조하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정식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PSI 문제의 경우 언론보도로 파문이 일자 인수위 대변인은 당장 검토한다는 게 아니라 장기 과제라고 해명했다.

인수위는 16일엔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통일부를 폐지하고 외교통상부로 흡수시켜 외교통일부로 만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미.일 3각 협력체제 복원에 대해선, 북한은 이미 대북 “압력공조”라고 규정하고 “강력 대응”하겠다며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노동신문은 지난 5일엔 “일본 반동들”을, 그리고 16일엔 “미국 보수강경 세력”을 지목해 “1980년대에 이미 쓴맛을 본 3각 압력공조 체제를 또다시 획책한다면 조선반도(한반도) 핵문제는 언제 가도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선기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그동안의 침묵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새 정부의 한.미.일 3각협력체제 복원 추진을 겨냥한 대남 견제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해석할 만하다.

북한은 ‘PSI 검토’ 움직임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2006년 호주에서 열린 PSI 훈련에 참관단을 파견키로 하자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반민족적 행위”로 규정하고 “발생하는 모든 후과에 대해 남조선 당국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대남 경계심을 키울 사안인 것은 분명하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정부의 정책발표는 그 정책과 관련된 국가들에는 무언의 신호일 수 있다”며 “북한이 그동안 남쪽에 대해 ‘국제공조’와 ‘민족공조’ 사이에서의 양자택일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이명박 당선인측의 정책은 북한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통일부 폐지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에 상징적으로 전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그러나 북한이 즉각 반응하지는 않고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입법을 위한 교섭 과정과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대응수위를 조절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인수위측에서 대북 협상 기능과 경제협력 기능을 분리한다고 하지만, 경제협력은 우리의 대북 의제를 관철시키는 협상수단이었던 만큼, 앞으로 남북간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총리회담이나 남북장관급회담에 외교교섭의 수장인 외교장관이 참가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장한다면 북한의 반응과 협상 결과는 안봐도 뻔하다”고 말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그동안의 남북관계는 노태우 대통령 때 합의된 남북기본합의서에 입각해 이뤄져 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인수위의 이번 결정은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유지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20년간 이어져온 합의를 뒤집는 것인 만큼 북한으로선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그동안 통일부와 협상을 벌여온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북한 내에서 가지는 정치적 위상 등을 감안하면, 통전부가 갑자기 대화 파트너를 상실함에 따라 강하게 반발, 북한의 대남정책이 강경하게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정보원이 파트너로 활동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작년 정상회담과 총리회담 등을 거치면서 남북간 막후 교섭업무의 상당부분을 통일부가 처리해 왔다”며 “북한의 통일전선부 입장에서도 정책을 재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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