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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은 지난달 ‘우리식 사회주의’ 고수를 위해 인민반 사업을 강화하자는 요지의 강연자료를 인민반 소속원과 간부들에게 전국적으로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반은 30세대를 한 단위로 해서 정권이 주민들을 통제하는 기구다. 구공산권 중에서도 북한만 유일하게 인민반을 가동해왔다.
대북지원단체 (사)좋은벗들은 6일 단체 웹사이트에 게재한 북한소식 49호를 통해 “강연자료 서두에 인민반 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은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 고수하면서 동시에 우월성을 발양하기 위한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거주지 별로 20∼40 가구 정도를 묶어 인민반을 조직해 당과 인민위원회 방침을 하달하고, 반원들의 생활지도와 사상동향 파악, 외부 방문자 감시 등에 활용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 이후 주민들이 먹고 살기에 바빠 인민반 운영에 소극적인 데다 체제에 대한 불만마저 고조돼 인민반 운영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고 있다.
좋은벗들은 “(외부사회가) 주민들의 생활방식과 사상을 변화시키려는 데 대해 인민반 사업을 강화함으로써 내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불순 녹화물을 몰래 보거나 유포시키는 행위, 차판장사(차를 가지고 다니며 장사하는 행위)를 하는 현상, 돈을 받고 집을 빌려주거나 숙식을 제공하는 현상, 밀주 행위 등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경연선지역 도시들에서는 인민반별로 자주 강연회를 갖고 ‘비법월경이나 타지역 사람들에 대한 숙박행위 금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민들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것.
주민들은 “돈 있는 사람들은 피해가고 돈 없는 사람들 중에 재수 없는 사람만 호되게 당하는 것이 단속과 처벌”이라고 말하면서 “유사한 정치적 문제를 제외하고는 다들 모른 체하거나 눈감아 주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좋은벗들은 “주민들에게 가장 다급한 문제는 식량과 땔감을 1kg이라도 더 확보해서 올해 겨울을 무사히 넘기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살길을 찾아 떠나는 것이 상책이라는 소리가 도처에 나오는데 비법월경을 하지 말라는 강연을 주입한다고 해서 누가 듣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최근 주민들은 인민반에서 진행하는 각종 동원과 거두기 사업에 몸살을 앓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흥시 성천강구역의 가두 인민반원들은 세대 동원과 유휴자재 거두기로 매일같이 들볶여 불평이 높고, 세대주들은 아침마다 동에서 조직하는 까벨선(케이블) 공사에 동원돼 일주일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가야 한다고 좋은벗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