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내심 바닥?…관계개선 의지 `여운’

금강산 관광 재개를 놓고 전에 없이 `유화적 태도’를 보여온 북한이 마침내 우리 정부를 향해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25일 대변인 담화에서 자신들이 금강산 재개와 관련해 “최대한의 아량”을 보였지만 남측 당국이 “화답은 커녕 매우 불순한 자세로 대답해 나서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사실 최근 서너 달 동안 북한이 남한에 보여준 언행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웠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김대중 전 대통령서거 당시의 특사조문단 파견 등 굵직한 대남 접촉이 있을 때마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이런 저런 방법으로 피력해 왔다.


연일 대남 선전매체를 통해 쏟아낸 코멘트들에서 거친 비난성 표현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지난 18일에는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금강산관광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금강산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우리 정부가 요구해온 금강산 관광 재개의 3대 선결조건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간 일이지만 지난 추석 때 금강산에서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북측이 `아무런 대가 없이’ 동의해준 것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일이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현 정부 출범 전까지 매년 한 차례 이상 이상가족 상봉 행사를 했지만 남측의 쌀이나 비료 지원과 연계시키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북한이 이처럼 유화적 스탠스를 취해온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대내외적 안정을 위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성화된 경제난과 식량난에 지칠대로 지친 주민들을 다독이고, 이제 막 발을 뗀 김정은 후계 구도의 안정적 가시화를 위해 어느 때보다 남측의 현물 지원과 금강산 관광 등 경제협력 사업을 통한 외화 수입이 절실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속내를 감추면서 전에 없이 남측에 공을 들였는데도 우리 정부가 미동조차 하지 않는 듯하자 마침내 불만을 터뜨린 것이 이말 아태평화위 담화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 14일부터 여러 차례 통일부와 현인택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나, 24일 남한 당국을 다시 `괴뢰’로 지칭하며 비난 수위를 올린 것은 일종의 전조였던 셈이다.


큰 흐름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지만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이 이뤄지고, 북중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밀착되어 가고 있는 상황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협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에 등을 돌릴 정도로 화가 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날 아태평화위 담화가 `민족의 염원이 담긴 금강산 관광’ 운운하며 관광재개의 여운을 남긴 것에서도 그런 행간의 메시지가 읽혀진다.


이 담화가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남조선의 최고당국자” 정도로 비켜간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평화문제연구소의 장용석 연구실장은 “여전히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가 계속 금강산관광 재개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뜻의 촉구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