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 수면 위로 올릴 때 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호사회’)는 창립 98주년을 기념해 23일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북한인권선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변호사회는 북한 당국에게 이대로는 더 이상 안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북한인권선언은 사회적 파장을 크게 일으켰다. 우리 사회에서 파워 엘리트 그룹으로 손꼽히는 서울지역 변호사들이 정부에서 애써 무시해온 북한 인권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에 상당히 놀라는 분위기다. 해외에서는 북한 인권운동이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어젠다(agenda)로 떠오를 수 있는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대한변협 소속 변호사는 전국 7천여 명이다. 그중 서울변호사회 회원이 5천명이 넘는다. 사실상 서울변호사회가 국내 변호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셈. 그런 점에서 서울변호사회의 북한인권선언이 국내 법조계에 미칠 파장은 매우 크다. 국가인권위는 서울변호사회의 북한인권선언 발표 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내부논의를 본격화했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변호사회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7일 오후 서초구 변호사회에서 이준범 회장을 만났다. 간결하고 분명한 말투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민(憐愍)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선언문 발표 계기를 말해달라.

서울변호사회 창립 98주년을 기념해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단을 내렸다. 서변 산하에 상임기구로 있는 인권위원회가 오랫동안 새터민(탈북자) 법률지원 활동을 계속해왔다. 법률지원을 하면서 그들이 겪은 참상(慘狀)과 국내로 입국해서 겪은 어려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창립 기념식은 북한 인권개선을 주제로 선정했다. 향후 서울변호사회 차원에서 인권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언이 발표된 이후 소속 변호사들의 반응은.

격려하는 분위기가 많다. 물론 모두가 100% 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회원들의 지지가 배경이 됐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데.

정부는 국익과 남북관계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문제 해결이라는 과제도 작용한 듯하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화해와 협력의 명분과 실리를 쌓아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있었다고 본다. 이런 주장을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 때문에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동의하기 어렵다. 인권은 인권으로 순수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제 북한 인권문제를 수면(水面) 위로 끌어 올릴 때가 됐다.

-북한 인권문제가 남북관계에 장애가 되는가.

대등한 남북관계, 건전한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말해야 한다. 지금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인권문제를 제기해야 나중에 성과를 볼 수 있다. 설사 정부가 외교적인 입장 때문에 유보했더라도 국가인권위가 침묵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인권위가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인권위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였다면 좀더 자유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정책방향과 다른 말을 하기 어렵다.

인권위에서 계속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했다면 오히려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좀더 많은 칼자루를 쥐게 됐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UN인권위 북한인권결의안에 연속 기권했다. 스스로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한 행위다. 기권할 이유가 없다. 유엔인권위 등에서는 인권의 원칙대로 나가면 된다.

-민간단체에서도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곳은 여전히 소수다.

지금까지는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전쟁 위기론을 들먹여서 북한 주민 대다수의 인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를 댔다. 민간단체가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그런 논리와 궤를 같이 해서 되겠는가. 한국에서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위협적인 자세로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말을 못하면 안된다. 비정부기구(NGO)는 인권문제를 환기시키고 개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국가와 민간의 역할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북한인권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은 순차적인 접근이 있을 수 있고, 동시적 접근이 있을 수 있다. 이제는 대북지원과 인권문제를 동시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럴 때 정부와 민간에서 역할이 나눠질 수 있다. 정부는 쌀을 지원해서 주민들이 굶어 죽지 않게 하고, 민간단체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치적 인권을 언급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 가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인도적인 지원은 반드시 현물로 지급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들에게 한 톨의 식량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

-최근 북한 당국이 국제식량지원단체들의 철수를 요구했는데.

알고 있고,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지원방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국제기구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국제사회 지원 쌀이 정치범수용소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가장 굶주리고 학대 받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식량을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분배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누가 식량지원을 반대하겠는가.

-국가인권위는 권한이 미칠 수 있는 범위가 대한민국 영역 내이기 때문에 북한은 그 대상이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다. 법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보는가.

인권위는 설립 조항에서 ‘대한민국 영역’ 내로 그 권한 범위를 못 박았다. 헌법 3조의 대한민국 ‘영토’와는 다른 표현이다. 아마도 설립 당시 ‘영토’와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그렇게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인권에 적극 개입할 의도가 있었다면 ‘영역’을 영토로 해석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실효적인 권한이 미치는 범위로 제한하는 해석을 내릴 수 있다. 자신들이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용어를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한 인권문제는 유럽과 미국 등 외국에서부터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부 친북단체들은 북한인권을 거론하는 것을 ‘불순하다’는 관점에서 보고 있는데.

인권은 그 자체로서 기능을 해야 한다. 그것을 특정한 정책적인 배려를 두고 논의할 필요가 없다. 순수한 인권 그 자체로 보아야 한다. 북한은 자신의 정치 부분을 간섭하느냐는 식으로 반응을 할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고 있는데.

민변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민변 회원들도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초심을 잃지 않고 나갈 것으로 믿는다.

-국제인권단체와 지원단체의 활동으로 북한의 인권개선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

외국 인권 NGO들이 자주 거론하면서 개선되는 부분도 있다. 외부의 압력과 감시가 있으면 북한도 부분적인 개선 활동을 할 것이다. 우리의 활동도 그런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작은 시도를 꾸준히 할 때 인권의 사각지대가 줄어든다. 5-10년 앞을 보고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구체적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북한인권단체들이 지원받을 법률가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단체들에 지원 활동을 하겠다. 또 전체 회원을 상대로 북한 인권단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적절한 형태로 그 단체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

중국이 탈북자를 송환하고 있는데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적인 대응이 가능한지 연구를 진행할 생각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위기를 겪고 있다. 법조인으로서 해결방안을 찾아본다면.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질서로 건국했다. 최근 불거진 맥아더 동상 철거시도는 이러한 질서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우리 사회의 역동성과 창의성은 매우 높다고 본다. 법과 정당한 절차에 따라서 모든 일이 처리된다면 더 빨리 발전할 수 있다.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 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법과 질서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 다수라는 이름으로 포장만 하면 법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식으로 되어서야 되겠는가. 결국 이러한 행위는 법치를 헤치게 된다.

개인의 인권과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자유주의의 요체다. 우리 사회는 인권을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이러한 자유민주주의 큰 틀이 유지돼야 한다. 이것이 잘 지켜지면 한국은 발전하게 돼 있다. 가장 많은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진보다. 그렇다면 북한 인권문제도 답이 나온다.

대담/ 손광주 편집국장
정리/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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