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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세계적 인권감시기구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제2차 북한인권국제대회를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에 맞춰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대회를 두 달 앞두고 구재회(35) 북한담당 국장이 한국을 찾았다. 여덟 살 때 한국을 떠났다가 27년만에 북한인권 문제를 머리에 이고 한국에 돌아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 국장은 재미동포 출신으로 프리덤 하우스에서 북한 인권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올해 7월 임명됐다. 그는 이번 서울 대회를 마치고 내년 중에 유럽에서 제3차 북한인권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 국장은 12월 대회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국가적 어젠다(agenda)’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 준비를 위해 한국 내 정부, NGO, 법조계, 인권단체를 연쇄 접촉하고 있는 구 국장을 26일 DailyNK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회 준비상황은 어떤가?
12월 대회를 함께 준비할 한국 내 파트너 단체를 찾고 있다. 우리는 특정한 이념적 진영이나 단체에 무게를 두지 않고 정부와 NGO 및 관련 단체를 만날 계획이다. 이번에 북한인권선언을 발표한 서울지방변회사회가 대표적이다. 이미 적극적으로 대회 준비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곳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어떤 단체와 연대할지 결정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과 자유시민연대가 주최 단체로 거론되고 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모든 이념적 정파와 단체의 참여가 가능한 소통의 대회를 만들고 싶다.
-서울은 대회 개최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가.
서울은 준비가 잘돼 있는 곳이다.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과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타이밍도 좋다. 세계인권선언의 날에 대회를 시작한다. 이것은 한국과 국제사회에 많은 의미를 던져줄 것이다.
-서울 개최 이후 내년 3월 유럽에서 개최하는 이유는.
서울과 유럽을 따로 생각하면 안된다. 유럽 내 많은 NGO를 초대해서 서울로 올 것이다. 서울과 유럽대회를 통해 한국 내 NGO와 유럽 인권단체가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내년 3월에는 한국의 NGO들과 함께 유럽으로 갈 것이다. 한국에 있는 NGO들과 유럽에 있는 인권단체들이 상호보완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이번 대회의 중요한 목적이다.
-이번 서울 개최가 국내 북한 인권운동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는가.
이번 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두번 째 이유가 북한 인권문제를 국가적 의제(National Agenda)로 만들기 위해서다. 또한 한국 내에서 북한인권에 대해 서로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이번 대회에는 정치권과 정부 인사, 보수와 혁신을 떠나 이념 진영, 관련 NGO들을 모두 초대하겠다.
▲ 인터뷰에 함께한 프리덤하우스 북한담당 프로그램 지원부장 이용화씨 |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가 내년 초 제네바에 열리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기권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같은 동포가 당하는 고통을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한국시민들도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럽 대회 준비 정도는 어떤가
내년 3월 대회를 위해 프리덤 하우스 관계자 10여 명이 이미 유럽을 방문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인권 단체들과도 다양하게 접촉했다. 유럽에서는 서울처럼 북한 인권 활동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깊이가 있고 효과적이다. 벨기에 브뤼셀의 국경없는 인권(Human Right Without Frontier), 영국 런던의 세계기독교연대(CSW) 등 10여 개 단체와 논의를 하고 있다.
유럽은 매우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지만 북한 인권 관련 단체가 많지 않다. 유럽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높아지도록 시간을 갖고 준비할 계획이다. 특별하게 북한 인권문제를 이끌어 갈 중심이 없다. 유럽 대회를 통해 북한 인권운동의 중심을 형성하겠다.
-한국에서는 좌우 진영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판이하게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좌파 진영은 북한 인권 거론 자체를 반기지 않고 있다. 양측이 접점을 찾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해외에 있는 단체들이 이러한 시도를 종종 하지만 성과가 없는데.
아직 대화가 없어서 안되는 것으로 본다. 한국은 조금씩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좀더 확대시킬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도 미국처럼 굉장히 다양한 사회다. 한국에서는 뉴 라이트도 있고 올드 라이트도 있다. 중간 섞인 것도 있고, 좌파도 있다. 이번 대회는 북한인권 문제가 좀더 한국에서 주요 사안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북한 인권문제 거론을 색깔론으로 뒤집어 쒸우는 경우가 많은데.
북한인권 문제는 세계적인 이슈다. 세계적인 사람들이 색깔을 가진 것은 아니다. 프리덤 하우스는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만들어 갈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나오기 위해서는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이다.
우리는 결코 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더 커지고 중요하게 만들어야지 절대 물러날 이슈가 아니다. 앞으로는 서울에서도 그럴 것이다.
-재미(在美) 한국인으로서 미국 내에서 북한 인권운동을 하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미국 교포사회는 애국심이 강하다. 미국에 대해서도 그렇고, 한국에 대해서도 그렇다. 미국에서 한인들이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북한 인권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인권법 제정 뒤에는 교포들이 있다. 5~10년 후면 교포 사회는 북한 인권문제 해결의 주역으로 떠오를 것이다.
-국제회의 같은 활동이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어떤 기여를 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이 아무리 독재적인 나라라도 밖에서 가하는 강한 압력을 무시하지 못한다. 이런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북한을 둘러싼 주변국에서 북한 인권문제는 중요한 문제로 느껴지고 있다. 국제대회는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국제회의도 과거의 실상을 밝히는 것에서 구체적인 해결 과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한국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주요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도록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들에게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아직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 정도만 관심이 많다. 다른 많은 의원들도 중요한 문제로 여길 수 있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다음에 대북 지원과 인도적인 지원은 어떻게 연계해야 하는가.
가장 힘든 이슈다. 딜레마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긴급 구호를 위한 식량은 인권과 연계시켜서는 안된다. 필요할 때는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북으로 가는 것은 개발 지원이다. 이것은 인권과 연계시켜야 한다. 상대국의 충분한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 인도적 지원도 북한의 경우에는 10년이 넘게 진행돼 개발지원의 성격이 강하다.
-한국정부의 분배 투명성 미보장이 국제NGO 철수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가.
아직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들은 투명하지 않은 정권이기 때문에 식량 지원은 분배 투명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국제 NGO를 나가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은 여전히 식량이 부족한 국가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별 어려움 없이 식량이 많이 들어가서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국제 구호단체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식량이 부족해질 텐데 국제기구들이 12월 말까지 나가야 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식량 사정이 호전돼서 그럴 수도 있다.
-워싱턴에서 레프코위츠 북한 인권특사의 활동은 어떤가.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다.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스탭을 구성하는 일부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내가 국무성에 전화통화를 하면 “걱정하지 마라, 기대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이 사람은 국무부의 관료주의적인 분위기에도 압력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 “말을 할 것은 할 것이기 때문에, NGO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인터뷰/정리=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