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유린 피해 탈북한 이들 비난자격 없어”

북한이 1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이라는 걸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참 기가 막힙니다. 최근 중국에 나가 식당을 하던 북한종업원들을 남한 당국이 집단적으로 납치해 남한으로 끌고 갔다며 이들을 당장 돌려보내지 않으면 청와대에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가소롭게 위협까지 해댔습니다. 남한에서 국회의원 선거판세가 불리하게 되자 북풍 사건을 조작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중국 닝보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적으로 남한으로 탈출하자 정신마저 혼미해진 모양인데 아무리 악에 받쳐도 할 말 못할 말 구분해 가면서 최소한 진실을 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두 명도 아니고 13명을 다른 나라도 아닌 중국 땅에서 납치했다면 누가 이따위 소리를 믿겠습니까. 또 그렇게 정정당당하고 떳떳한 성명이라면 어째서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에는 내보내지도 못하고 해외 선전 사이트에서만 떠드는 겁니까.

이 하나의 사실만 보더라도 무너져가는 독재 권력을 어떻게 하나 붙잡아보려고 갖은 발악을 다하는 김정은의 얕은 수가 엿보입니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에서 떠들어대자니 집단적으로 탈북한 사실을 저들 스스로 북한인민에게 널리 선전하는 꼴이 될 것이고, 그냥 두고 보자니 분통이 터지고 해외선전물 사이트에서만 떠들어대면 북한인민은 모르는 줄 아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진실을 그대로 밝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도 이번 탈북 사건에 대해 “북한 국적자 13명이 6일 새벽 유효한 북한여권을 갖고 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납치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들 13명은 중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남한 인천공항으로 오기까지 채 이틀도 안 걸렸습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13명 집단납치란 말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얘기란 소리입니다.

이들이 밝힌 탈북 이유도 한결같습니다. “최근 대북제재가 심화되면서 북한 체제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봤다” “해외에 나온 후 자유로운 모습을 동경하게 되면서 북한의 규율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생활을 모방하게 되면서 이탈을 결심했다”는 겁니다. 이래도 종업원 13명이 탈북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더더구나 납치란 말을 꺼낼 수 있겠습니까.

북한 당국이 한국을 향해 사과요 즉각 귀환이요, 사건 관계자의 처벌 및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중대 입장’이라며 요구한 걸 보면 아직 정신을 차리려면 먼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이제라도 깨달아야 합니다. 13명의 식당종업원들은 ‘사랑하는 부모처자에 대해 회의’를 가져서가 아니라 김정은 체제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보고 탈북을 한 겁니다. 반성을 못할망정 북한 동포를 따뜻하게 받아준 한국 당국을 결코 비난하거나 위협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