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문제 내부의지가 중요”

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21일 북한인권 개선 문제와 관련, “국제 사회의 지원과 자극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유엔인권위원회가 14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의 적극 개입을 주문하는 대북 인권결의안을 가결한 것에 대해 정부가 기권으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인권위는 그동안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유보해왔으며 국제 인권기구와 상반된 의견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 조 위원장 “북한 의지가 가장 중요” = 조 위원장은 이날 사견임을 전제,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은 유엔과 관련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자극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인권위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 앞서서 한나라당 김성조(金晟祚)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에서 “위원장 개인의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의 인권 개선은 생존권ㆍ정치적 자유 등 포괄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동시에 북한의 협력 유도와 지속적인 개선노력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단계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북한정권을 자극하면 안된다는 소극적 이유를 들어 북한의 인권참상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인데 향후 북한인권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를 묻는 김 의원 질의에는 조 위원장은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 국제 인권기구와 ‘반대’ 입장 = 북한인권 개선 문제에서 국제사회의 압박보다는 ‘북한의지’를 강조한 조 위원장의 의견은 정부와 동일한 입장이지만 국제 인권기구 의견과는 상충된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지난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1차 회의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주도한 제3차 대북 인권결의안을 53개국 중 찬성 30표ㆍ반대 9표ㆍ기권 14표로 채택했다.

제3차 결의안은 북한측이 인권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꾸도록 유엔 총회를 비롯한 유엔기구들이 이 문제를 적극 다룰 것을 촉구, 국제 사회의 압박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방침에 따라 기권을 택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여 ‘북핵 6자회담’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고 모종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에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인권개선에 대한 관심과 촉구 이외에도 북한이 스스로 변화해 국제사회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조 위원장의 발언은 ‘국제 사회의 지원과 자극’보다는 ‘북한의 의지’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 유엔 인권위원회보다는 정부측 입장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 “北 개선의지 의문” vs “서구의 잣대” =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북한의 행적을 지적하며 의문을 제기하는 쪽과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해 서구의 잣대로 보지 말 것을 당부하는 쪽으로 갈렸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오경섭 사무국장은 “최근 북한에서 공개처형 장면이 공개됐는데 봉건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인권유린 행위”라며 “이 점을 고려할 때 북한정권이 스스로 인권개선 의지가 있는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김윤태 정책실장도 “북한 내 인권문제로 지적되는 수용소나 탈북자 문제 등은 체제문제에 직결되기 때문에 북한의 의지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서라도 인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인권위가 지금까지 조사를 하고 있다며 입장표명을 미뤄왔는데 언제까지 조사만 하냐”며 “유독 북한인권 문제만 정치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북한인권 문제는 내부 구성원의 몫으로 남겨둬야지 간섭하기 시작하면 이라크 침공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인권의 잣대라는 것이 서방사회의 인권문제 제기며 유럽의 기준인 경우가 많다”며 “북한의 특수상황을 떠나서 서구의 잣대가 올바르냐는 데는 문제 제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평화네트워크 한반도인권회의 활동가 최민씨도 “북한이 거부하는 대북 결의안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국 정부는 이런 국제 압력이 대화나 내부 개선 의지를 독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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