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결의 기권에 대한 ‘엇갈린 시선’

정부가 21일 실시된 유엔 총회 제3위원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기권한 것이 우리 외교.안보에 미칠 영향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남북관계의 봄기운’을 감안,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시각과 우리 외교에 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 지지론자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 고심 이해” = 1년만에 찬성에서 기권으로 돌아선 정부 결정을 지지하는 쪽에서도 정부 결정이 남북관계의 훼손이라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비판적 지지’ 입장을 주로 내 놓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기권했다기 보다는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일정한 손실을 감수한 결정이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남북정상선언에 ‘내정 불간섭’이 있음을 들어 인권결의안에 찬성했다가는 북측이 이를 정상선언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이라 보고 27~29일 국방장관회담부터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정부 결정에 중요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기권 입장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작년 찬성 결정이 핵실험 국면에서 나온 이례적인 것이었으며 올해 기권 결정은 정부의 원래 스탠스로 돌아간 것이라는 논리를 들고 있다.

한국도 북한인권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방법론 측면에서 결의안 등을 통한 대북압박 여론 조성에 참여하는 대신 탈북자 수용,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우리 식으로 북한 인권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원래 입장이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지난 해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한 것은 북한 인권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조 자체를 뒤집은 것이라기보다는 한반도 문제 당사국으로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보조를 같이 한다는 차원이었다는 것이 ‘기권 불가피론’의 논거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논리 하에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탄력을 받고 있는 점, 6자회담이 불능화 및 신고 단계에 접어든 점 등 주변 정치적 환경을 감안할때 올해 기권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전략적 차원의 선택이었다는게 정부 결정을 지지하는 쪽 논리로 분석된다.

만약 찬성을 하고 그에 대해 북한이 반발할 경우 막 닻을 올린 남북정상선언 이행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6자회담 틀에서의 남북간 소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기권을 통해 그런 손해를 막았다는게 ‘기권 불가피론자’들의 주장이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작년과 올해 한반도 상황에 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해 남북 채널을 통해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교 당국 “인권외교에 타격 불가피” = 반면 정부의 기권 결정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인권 관련 문제를 두고 1년만에 정부 입장이 뒤바뀐데 대한 외교적 ‘결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유엔 등 다자 외교무대에서 외교 실무를 하는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은 정부의 최종 결정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 하에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에 올라선 중견국가이자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인 까닭에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보다는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확인하는 쪽이 옳았던 것 아니냐는게 상당수 외교부 당국자들의 인식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정부가 2003~2005년 불참 또는 기권했다가 지난 해 찬성으로 돌아섰던 터라 인권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이 매년 오락가락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다른 인권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목소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런 지적을 하는 이들은 남북정상선언문에 담긴 ‘내정 불간섭 원칙’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내정 불간섭의 원칙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는 것이 최근 국제사회의 조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또 6자회담과 남북관계 등 주변상황은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개선됐지만 북한 인권과 관련한 상황 변경 요인은 거의 없는 만큼 찬성에서 기권으로 돌아선데 대한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을 하는 이도 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북한 인권 결의 찬성이 가져올 남북관계 손상이 작년 찬성 이후 전개된 상황으로 미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인류 보편의 문제에 대한 의견도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남북관계를 ‘관리’해 나가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양자 차원의 문제제기라면 몰라도 유엔 결의에 찬성하는 것이 남북관계를 크게 해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인권은 유엔이 중시하는 몇가지 주요 이슈 중 하나인데 우리 외교관들이 앞으로 인권문제와 관련해 소신있게 발언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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