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결의안 반발 예상..남북관계도 험로

인권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으로 볼 때 올해도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 반발하면서, 특히 처음으로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강한’ 배신감을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북한 외무성은 인권결의안 통과 이후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구실로 우리를 고립.압살하기 위한 적대시 정책을 강화하면 할수록 우리는 핵무기 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 국방력을 더욱 굳건히 다져나가는 것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결의안을 제출한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대미추종을 비난하면서 결의안에 대해 ‘정치적 문서일 뿐’ 이라고 폄하했었다.

이같은 입장으로 볼 때 북한은 연례행사가 되다시피한 인권결의안에 대해 평상시 수준의 반발을 보이면서 내정간섭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인권문제에 앞선 체제인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의안이 상대국의 이행을 강제하는 조항 없이 정치적 선언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국가 이미지 훼손’이라는 손실 이외에는 별다른 손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대북인권결의안 채택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그동안의 ‘기권’입장에서 ‘찬성’입장으로 돌아선데 대해서는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 뉴욕 유엔대표부에 부임한 김명길 공사는 한 외신과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찬성입장에 대해 “남북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우려를 가지면서도 ‘기권’입장을 표시한 것은 자칫 남북관계가 훼손돼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해 정부는 기권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남북한 관계개선이 북한인권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확신하에 남북한 협력과 대화를 지속하면서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인도적 지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대북인권결의안에 찬성하면 남북관계가 ‘올스톱’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미국의 ‘북한정권붕괴론’에 입각한 정치공세로 보는 동시에 남북한간에는 상호체제존중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미 남북한이 1991년 체결한 기본합의서에서 상호체제 존중과 내정불간섭의 원칙에 합의해 놓은 만큼 인권문제라는 북한 내부적 문제를 거론하는데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군다나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남한 정부의 식량 및 비료지원 중단에 이산가족 상봉 중단이라는 강수로 대응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남북관계의 해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 내정자가 17일 청문회에서 장관급회담의 선(先)제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대북인권결의안에 찬성까지 한 상황에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12월 초 개최가 예상되고 있는 제5차 6자회담에서 자칫 한국 대표단은 일본과 함께 ‘역할’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공동성명이 나온 제4차 6자회담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과 함께 미국과 북한 사이를 오가면서 서로의 입장을 중재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남한을 외면한 채 중국.미국과 3자회담의 모양새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보혁 코리아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기 어려울 만큼 경색되어 있어 결의안 찬성으로 인한 관계악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하지만 관계를 개선시켜 가는 과정에서 이번 찬성입장 표시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북한도 이 문제를 강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이미 찬성 입장을 밝힌 만큼 앞으로는 현재의 공간 속에서 결의안에 대해 할 말은 하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사회.경제.문화적 인권 개선을 지적한다면 식량과 비료 등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재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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