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공위성 발뺌해도 유엔제재 가능?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를 발사하고도 이를 ‘인공위성’이라고 발뺌한다면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가 가능할 지 여부가 관심이다.

이에 대해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발사는 기술적으로 탄두만 빼고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해도)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즉 북한이 대포동2호 미사일을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제재를 받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북한이 이 같은 주장을 한다면 상당한 논란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1998년 8월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이를 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경우 평화적 우주개발 권리를 주장하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의 부당함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장거리미사일 발사 준비설에 대해 “평화적인 과학연구 활동까지도 미사일에 걸어 막아보려는 음흉한 책동”이라며 “우주개발은 우리의 자주적 권리이며 현실 발전의 요구”라고 말해 이번에도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 7월 북한이 대포동2호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대북 미사일 결의(1695호)를 내놓았고, 그해 10월 핵실험을 단행하자 북핵 관련 대북결의(1718호)를 채택했다.

이 중 비군사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유엔 헌장 7장이 원용된 1718호가 더 강력한 결의로 여겨진다. 1718호 5절에 보면 ‘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미사일 발사에 관한 모라토리엄 공약으로 복귀할 것을 결정한다’고 돼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 결의를 무시하고 다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안보리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라는 변명을 용인하지 않고 추가적인 제재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장거리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이나 3단계 로켓 추진체를 사용하는 등 기본적인 기술은 동일하고 탄두의 유무와 발사체의 궤적 등에서만 차이가 있어 구분하기는 힘든 점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그 동안 ‘우주개발’ 관련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공위성’이라는 주장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한다면 그 진정성을 안보리에서 논의하게 되겠지만 전후 상황 등을 따져보면 ‘인공위성을 쐈다’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할 나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면서 “결국 유엔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도 이달 초 자체개발한 로켓으로 위성을 발사했지만 미국 등 서방세계는 이란의 최근 위성발사에 대해 ‘탄도미사일 개발용일 것’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가 ‘대화’를 통한 해법을 강조한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란도 현재 미사일과 관련한 유엔 차원의 제재를 받지는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화’를 통한 이란 문제 해결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원유 수출국인 이란의 국제적 지위도 고려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경우는 이란과 출발점이 다르다. 이미 유엔 ‘경고’를 받은 북한이 또 다시 같은 상황을 연출할 경우 시간 문제일 뿐 더 강경한 조치가 뒷따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하더라도 국제사회가 이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유엔의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란이 평화적 우주 이용권을 주장하지만 미국 등이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믿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인공위성’주장 역시 미국 등 국제사회는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부원장도 “북한의 뻔한 거짓말이 드러날 경우 제재가 가능하다”면서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하는 것 자체가 유엔 제재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원유 수출국인 이란의 국제사회의 영향력에 따라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