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천군 “마을 수십개 통째 사라져”

“이천군에서는 형체도 알 수 없게 사라진 마을이 수십 개나 됩니다.”

북한 강원도의 신현찬(52) 이천군인민위원장은 27일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이천군은 산이 많은데 골짜기라는 골짜기가 다 없어졌다. 무서운 산사태가 난 곳만 26개 소나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전한 군(郡)인민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이천군은 11일 현재 180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실종되는 등 북한에서 가장 극심한 수해를 입은 지역 중 한곳이다.

특히 이천읍에서 5㎞ 떨어진 신당저수지 둑이 무너지면서 저수지 아래 계곡 마을의 피해가 컸다.

저수지에서 쏟아진 물에 60채의 주택이 있었던 신당리 4반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천읍 내 건물은 평균 2.5m 깊이의 물에 잠겨 읍 중심부는 그야말로 ‘강’을 이뤘다.

9일 새벽 3~5시에 호우가 집중됐고 이어 4시에 저수지 둑이 터지는 바람에 미처 대피방송을 듣지 못해 인명피해가 컸다.

주민들은 폭우가 내릴 당시의 모습을 “큰 물기둥이 서 있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저수지 둑이 터진 후 폭이 10m나 되는 강줄기가 새로 생겼고 논과 옥수수밭, 양어장 등은 바위와 자갈로 뒤덮여 버렸다.

논이었던 자리에는 “논벼로 추정되는 식물의 잔해”만 보이고 마을 터에는 높은 지대의 집만 띄엄띄엄 남아 있을 뿐이다.

군에서는 70m구간의 무너진 제방을 막고 수로를 다시 내는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은 논벼가 가장 물을 요구할 때다. 물을 주지 못하면 올해 수확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현지 수재민들은 읍에서 1㎞ 떨어진 강변에서 적십자회가 공급한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다.

군인민위원회는 도로와 수도, 전기, 통신망의 회복에 주력하고 있지만 건설자재가 턱없이 부족하고 복구를 위한 뚜렷한 계획도 못 세우는 실정이다.

북한 내각의 ‘큰물피해막기대책위원회’는 이천군이 “강원도에서 2번째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생각되는 지역”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조선신보는 “180명이라는 인명피해 상황도 이천군인민위원회에서 11일 현재 1차적으로 파악한 것이고 그 후 확인된 숫자는 없다”고 말해 실제 피해는 더 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상황 집계보다 눈앞의 고통을 가시고 주민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해야 할 형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어 “저마다 국가에 손을 내밀어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지금은 우선 자력갱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라는 신 위원장의 말을 덧붙여 북한 당국의 행정력과 물자가 달리고 있음을 내비쳤다.

신 위원장은 지난 13일 피해상황을 보고하고 자재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평양에 갔지만 “이번 큰물로 피해를 입은 것은 강원도 일대만이 아니라는 현실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 뿐이었다고 조선신보는 덧붙였다.

이천군에는 지난 8~10일 사이 840㎜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주택 500채(1천200세대) 완전 파괴, 520채(1천300세대) 부분 파괴, 600채(1천900세대)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으며, 공공건물도 186채가 완전파괴, 143채가 부분 파괴됐다.

또 9개의 다리와 66개 구간(총 길이 53.9㎞)의 도로가 파괴됐으며 농경지는 침수 940㏊, 매몰 511㏊, 유실 418㏊의 피해를 입었다. 발전소도 파괴되고 통신 수단 역시 차단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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