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 상봉 댓가로 ‘南 지원’ 언급

북한의 조선적십자사 중앙위원회 장재언 위원장은 27일 이번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북한의 특별한 호의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면서 남측이 이에 상응하는 지원을 북측에 제공할 의사가 없는지 물었다.

장 위원장은 추석 계기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이틀째 날인 이날 대한적십자사 유종하 총재와 첫 면담을 갖고 “요번 이산가족 상봉은 북측에서 특별히 호의를 베풀어 재개한 것인데 남측에서는 화답을 생각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총재는 “의약품 지원이나 적십자병원에 대한 지원은 하겠지만, 좀 더 의미있는 호의 표시는 당국간에 합의돼야 한다”고 답했다고 외금강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날 북측 장 위원장이 언급한 남측의 ‘화답’은 대북 쌀·비료 지원을 간접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쌀·비료 지원을 패키지로 묶어 풀어왔던 경우가 많았다.

유 총재는 “북측이 쌀이나 비료 지원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 “적십자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든지 하겠지만 (쌀·비료 지원과 같이) 국민의 세금에서 큰 돈을 내는 문제는 당국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총재는 또 “이산가족 12만 명 중 4만 명이 이미 돌아가셨다”면서 “상봉회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에 한 달에 2~3천명 정도 세상을 떠났는데 지금은 4~5천명 수준”이라며 “상봉 인력을 더 늘리기는 현재로선 어렵기 때문에 되도록 수시로 자주 상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측 장 위원장은 “남북관계가 전반적으로 좋아지면 (이산가족 상봉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응을 보였다.

유 총재는 이산가족들과 서신교환과 화상상봉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세상에 있고 없다는 게 (이산가족들에게는) 상당한 쇼크”라면서 “서로 만나기 전이라도 생사 확인을 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이사가족들을 감안해 화상상봉을 확대하고 상봉 이후 서신교환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총재는 이번 상봉행사와 관련해 “내일까지 행사가 순조롭게 되고 이산가족 상봉의 순순한 인간적 측면이 많이 보도되면 (남북관계) 분위기 조성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영삼 정부 시기 외무장관을 지낸바 있는 유 총재는 “외교는 상대방 입장이 불리해지더라도 내가 잘되는 게 성공이지만, 인도적 문제는 서로 편하고 도움이 돼야 한다”면서 “외교관의 자세는 적십자 총재가 되면서 접었다”고 말했다.

유 총재는 처음으로 면담한 장 위원장에 대해 “1936년생으로 나이가 같더라. 생년월일은 잘못하면 형, 동생이 되니까 안 따졌다”며 “손자 손녀 수도 모두 여섯 명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오전 금강산호텔 객실에서 개별상봉을 갖고 다 함께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에 온정각 앞뜰에서 야외상봉할 예정이다. 남측 상봉단은 28일 오전 작별상봉을 한 뒤 오후에 남측으로 귀환한다.

2차 상봉행사는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는 북측 이산가족 99명이 남측 가족 449명과 만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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