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상봉 제의는 금강산관광 재개용 미끼였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남북 적십자간 논의에서 북측이 ‘선(先) 관광문제 해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내달 1일 추가 접촉에서도 합의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지난 24일 개성에서 있었던 2차 실무접촉이 아무런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자 북한은 우리측에 책임을 전가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남측은 지난번 접촉에서 쌍방이 합의한 상봉날짜와 명단교환날짜 등을 모두 뒤집으며 늦잡자고(연기하자고) 하는가 하면 상봉장소문제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합의서를 채택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차 접촉에서 북측은 “이산가족면회소 등 금강산지구내 모든 시설이 몰수·동결된 만큼 금강산면회소 이용을 위해서는 금강산관광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는게 대한적십자사(한적) 측의 설명이다.


북측은 특히 “이산가족면회소뿐 아니라 금강산 지구 내 모든 시설이 동결·몰수된 것”이라고 밝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금강산지구 내의 모든 시설에서 상봉행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따라서 당장 추석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일정 변경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 정부가 지난 17일 1차 접촉에서 상봉행사(10월21~27일) 일정에 합의한 것은 2차 접촉시 상봉장소, 상봉규모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가 북측에 요구키로 했던 상봉행사 정례화가 수용될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생사확인 등 상봉이 이뤄지기까지 1개월 정도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만큼 24일 접촉에서 상봉 합의가 도출되지 못해 앞으로 상봉 일정의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3차 접촉에서도 북측이 ‘선 금강산관광 재개’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중앙통신은 “상봉장소 문제와 관련한 해당 당국관계자들 사이의 접촉과 적십자 실무접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보도해 추가 협의를 ‘당국간 접촉’으로 성격을 규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10월1일 실무접촉은 3차 접촉”이라고 성격을 규정, 북측의 이산상봉을 넘어선 금강산재개 요구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추가 접촉에서 조차 진전된 조치를 회피하긴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상봉행사를 북측이 먼저 제의해 왔고, 한적은 쌀, 시멘트 등이 포함된 100억 상당의 수해 구호품을 보낼 것을 약속한 만큼 북한이 상봉행사를 ‘없던 일’로 되돌리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신 북측이 이산상봉 행사에 대해서는 금강산 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 또는 ‘제3의 장소’를 수용하는 대신 이후 관광재개를 위한 당국간 추가 협의를 갖는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겠다는 전술을 펴 올 수 있다.


이경우 우리측도 상봉행사 폐기라는 극단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취할 수 있다. 11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남북간 극단적 대치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같은 전술은 5.24 대북조치 이후 취약계층 외 대북식량지원을 불허해 왔던 우리 정부가 북한의 수해상황과 야권과 대북지원단체들의 북한쌀지원 공세가 맞물리면서 결국, 한적을 통해 쌀을 포함한 수해지원 결정을 내렸던 사례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노리는  남남갈등 차원이란 평가다.      


한편 북한 수해발생에 따른 한적의 인도적지원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빠르면 28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가 열려 한적의 대북 수해지원을 위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이 승인될 예정이다. 다음달 25일경부터 화물선을 통해 북측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