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번엔 `결단’할까

북한은 대북 정책에서 압박에 앞서 대화와 외교를 내세우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의 새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일단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북핵 정세를 단순화해 전망할 때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실제로 적극 검토됐던 2000년 정세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압박 공세 위주이던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기초 정세가 각각 재연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었다.

문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8년만에 다시 찾아온 ‘기회’를 적극 활용해 핵문제 해결과 이를 통한 체제생존이라는 `결단’을 내릴 것이냐이다.

오바마 당선인의 대북 정책은 여러모로 클린턴 행정부에서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를 거쳐온 민주당의 전통을 이은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외교에서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반대하며 다자주의 접근을 주장해온 만큼 기존의 북핵 6자회담은 유지하되, 민주당식 대북 정책 수단인 북미간 양자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에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당선인 진영의 프랭크 자누지 한반도정책팀장은 대선 전인 지난달 2일 “오바마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고위급 협상을 포함한 모든 외교적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바마 당선인은 작년 7월 ‘대통령이 되면 집권 첫 해에 북한이나 이란, 시리아, 쿠바, 베네수엘라 지도자들을 조건없이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었다.

미국 민주당측은 그동안 의회 보좌관이나 민간 전문가들을 통한 ‘트랙 2’ 차원의 대북 접촉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측은 클린턴 행정부 때의 오랜 대북 협상 경험으로 까다로운 협상 상대인 북한에 익숙하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도 대북정책 검토엔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 민간단체의 토론회 참석을 빌미로 방미중인 북한의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오바마 당선인측과 가질 접촉이 주목된다.

특히 부시 행정부 시절 딕 체니 부통령과 마찬가지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은 상원의원 시절 이미 방북 의사를 여러차례 피력했었다.

또 그의 보좌관이던 자누지 팀장을 통해 북한과 대북 교섭창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핵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에서 그의 역할이 체니 부통령 만큼이나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당선인은 대북 협상의 내용 면에서도 핵문제 해결에 국한하지 않고 미사일, 재래식 군비통제, 인권문제 등을 포함해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포괄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러한 오바마 당선인에 대해 그동안 북한의 공식 매체들은 특별히 호.불호를 노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6월 “조선반도와 관계에서 본다면 부시 정권의 잘못을 엄하게 비판하고 조선의 지도자와 조건없이 만나겠다고 공언해온 오바마가 ‘부시의 아류’이자 네오콘의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매케인보다 낫기는 낫다”고 밝혀 북한의 입장을 엿보게 했다.

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확정된 후인 6월16일 ‘월계관을 쟁탈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공화당 후보인) 매케인은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적대 국가 지도자들과도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회담하겠다고 말한 것을 천진난만한 것으로 야유했다”고 소개하는 방식으로 오바마의 대화론에 관심을 나타냈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 정책의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을 계승하면서 포괄적 접근속에 단계별 일괄타결이라는 민주당의 전통적 접근법을 쓸 것”이라며 “이 경우 북핵타결, 북미 적대관계 해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목표들에 접근하기가 비교적 용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접근법에선 북한이 미국에 요구해온 북미 군사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2000년 북한은 미국과 미사일 협상과 특사교환 등 고위급 정치대화를 통해 관계정상화의 문턱까지 다가섰지만 클린턴 행정부는 임기말의 시간에 쫓기고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도 미사일 문제 등에서 과감한 결단을 미룸으로써 양자는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북한이 당시의 ‘잃어버린 기회’를 교훈삼아 이번엔 ‘실기’하지 않고 활로를 찾을지에 대한 물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 문제가 주요한 새 변수로 지적된다.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가 그의 결단을 주저하게 하는 작용을 할지 아니면, 촉진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그가 북미관계를 개선해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북한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려는 ‘합리적’ 사고를 하고 있다면 미국이 핵값을 ‘적절히’ 쳐줄 경우 그의 건강문제가 결단을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도 내부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과 체제위기를 생각해야 하는데다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갈등보다는 타협을 통해 북미관계의 돌파구를 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큰틀에서, 북미 모두 협상 의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대선 직전 방북했던 북한문제 전문가인 미국 조지아대 박한식 교수는 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 최고위층도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해 이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기를 굉장 히 바라고 있다”며 자신이 오바마 진영의 대북정책 입장과 기류를 “정확하게 북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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